최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소재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갈등관계가 짙어지기 직전인 2월 일본을 다녀와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라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선택하게 되었다. 1910년 8월 총리대신 이완용과 일본 데라우치 통감 사이에 합병조약이 조인된 후 100년이 지난 2010년 당시 TV에서 보았던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한국과 일본의 2000년 관계사를 ‘인연, 적대, 공존, 변화, 대결’이란 키워드로 요약하며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 프로그램 5편을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를 강제 병합이나 적대 관계와 같은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백제의 문물 전래, 여몽연합군, 임진왜란 등 전파와 수용, 대립과 갈등의 2000년 한일사를 아주 쉽게 풀어냈다. 삼국시대를 마감하며 백제를 탈출하여 일본에 정착해 귀족으로 성장한 백제인의 이야기로 시작해 고려와 몽고 연합군의 일본 침략으로 인한 두 나라간 뿌리 깊은 적대관계의 시작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대규모 외세 침략에 맞서 천황이 전국의 신사에 적의 항복을 기원하는 명령을 내린 이후 우연히 불어 닥친 폭풍을 신성한 바람이라 믿는 ‘가미카제’, 또한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무쿠리고쿠리’라는 말이 몽고와 고려 연합군을 일컫는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우리가 어렸을 때 무심코 했던 ‘에비’라는 말이 과거 일본이 조선인의 ‘코와 귀’를 잘라내는 과정에서 남겨진 일본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왜구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인에게 조선 정부가 벼슬을 내린 사실이 있었다는 점은 최근 일련의 한일 갈등관계에 한번 쯤 돌이켜 볼 사례인 듯하다. 일본의 경우 역사적으로 내부의 정치적, 경제적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그 시선을 외부로 돌림으로써 희생양을 찾아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현재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이후 또다시 정치와 경제적으로 위기에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급기야 안보 이슈인 지소미아(GSOMIA) 파기 여부를 고민하는 단계까지 악화된 현재의 한일 관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성찰하고 역사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다 읽은 책은 주변 지인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