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조지 헤스컬은 전작 “숲에서 우주를 보다”에서 과학자로서 자연을 관찰하면서, 자연을 통해 우주의 삼라만상을 바라보는 명상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물학자처럼 사고하고, 시인처럼 글을 쓰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향한 열린 사고를 가졌다는 뉴욕타임즈의 평가가 정말로 잘 어울리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로서 나무에 대해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고, 나무가 들려주는 자연, 인생, 환경, 역사 등의 이야기를 자연스러운 언어로 풀어주는 이 도서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나무의 노래에 우리의 시선을 돌리게 한다.
헤스컬은 여러 다른 숲 속에서 자라고 있는 12그루 나무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에콰도르 야수니 생태보전구역의 케이폭나무가 들려주는 빗소리를 들으며, 각각의 다른 잎사귀에 떨어지는 빗방울에서 각각의 다른 톤의 소리가 들린다. 온타리오주 발삼전나무에서는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검은머리박새가 전나무방울을 찾아 쪼는 소리를 들려준다. 밀물에 쓰러지는 조지아 주 세인트 캐서린스 섬 사발야자나무에서 모래, 염분, 조수에 적응하는 창의적인 생존력을 말해주고 있다. 테네시 주 컴벌랜드 고원 붉은물푸레나무는 살아서는 세균, 균류, 곤충들과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면서 이후에 나무가 썩어서 죽으면, 죽은 줄기와 가지, 뿌리가 숲에 서식하는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을 위한 보금자리가 된다. 죽음은 나무를 삶의 중심에서 밀어내지만, 끝장내지는 않는다. 일본 에치센 삼지닥나무를 재료로 수작업을 통해 최고의 종이로 탄생하는 과정을 생각하면서, 저물어 가는 종이의 시대가 에너지를 잡아먹는 공장과 전화 화면이 한물가면 다시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사우스퀸스페리 개암나무는 10000년 이상 되었으며, 현재 스코틀랜드 지층에 석탄으로 존재하고 있다. 콜로라도 로키산맥의 고산 목초지에 있는 폰데로사소나무는 뻣뻣한 바늘 입에서 우렁찬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음높이가 너무 높아서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지만, 특수장비를 이용하면 물의 공급 상태에 따라 소리의 패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콜로라도 덴버의 하천 범람으로 새롭게 자라나는 어린 미루나무는 매년 비버에 의해 나무조각으로 파손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콩배나무는 아밀로보라균 덕분에 건물과 도로가 지표면의 80%를 차지하는 도심에서 살아갈 수 있다. 예루살렘 다마스쿠스 성문 옆 올리브나무는 그 뿌리를 과거 로마가 세운 도시의 터전 위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미국 국립 식물원에 있는 섬잣나무는 2차 대전 중 히로시마 폭격에 살아남았으며, 일본 미야지마 섬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독자를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방식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심의 생활 속에서도 자연에 기 기울임으로써, 나무가 들려주는 과학과, 역사, 생존, 주변과 소통하고 있는 모습 등을 관찰할 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생태학적 미학을 찾을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과학적이고 사색적인 글을 통해 또다시 데이비드 조지 헤스컬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