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책의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바로 다음 한 줄조차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어떤 반전을 떠올려도 이미 틀렸다"
"절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을 것!"
이 책의 소개 문구 들이다.
감정 이입해서 쭉~쭉 읽어내려가다가 마지막 반전에서 정말 경악하지 않을수 없었다.
책을 덮어버리고 다시 읽고싶지않은 나를 발견했다.
리뷰를 몇번 접했으나 대체로 감탄사 위주여서 정확한 내용은 알수 없었다. 또한 '몰입감', '굉장한 반전' 등 수식어가 화려했는데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결말을 안뒤에는 앞선 내용들이 다르게 읽히기 때문이다.
"미즈타니 씨가 해주신 이야기는 기억에 없네요. 제가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리도 없으니, 아마 미즈타니 씨가 뭔가 착각하신 걸 거예요.
그건 그렇다 치고, 저도 한가지 기억나는 걸 말씀드릴께요"
이야기는 한 남자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남자는 페이스북에서 익숙한 이름과 얼굴을 발견하고, 그녀가 아닐수 있음에도 결례를 무릎쓰고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답장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30년전 자신과의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졌고 행방이 묘연해졌기에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를 잊을수 없는 남자는 2년에 결쳐 두번 더 편지를 보내는데, 어느날 여자로부터 답장이 도착한다.
그 놀라움ㅇ르 계기로 점점 30년전의 일들을 각자의 입장에서 꺼내어 놓는다. 특히 여자는 당시의 어떤 행동이 진짜 분노때문인지
순간적인 연기였는지 묻기도하고, 당시의 자신이 어떤 심정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도 털어놓는다.
남자는 답한다. "저 자신의 가능성과 당신의 가능성을 끝까지 추구해보고 싶었습니다"
다만 둘의 만남과 그 만남을 둘러싼 주변의 일들이 매우 자세하여 아무리 소설적 장치라고 해도 의아하게 느껴졌다.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정리를 위해서일까? 단순히 추억을 곱씹으며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일까?
왜 이렇게 계속 메일을 주고 받는지, 다른사람의 이야기는 왜 꺼내는지,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둘이 연극부에서 만났고 여자는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도 석연치 않았다. 심지어 남자는 말한다.
"저는 그녀의 눈물 어린 참회를 들으면서, 여자란 모두 천성적으로 연기력을 갖고 있구나, 하고 멍하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교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한말이 진실이 아니라고 누가 확신을 갖고 말할수 있었을까요.
실제로 연기와 진심을 분간하는것은, 가능할 리가 없는 일입니다. 저는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르지요"
이 모은 편지의 끝에 접힌 페이지가 나온다. 그 마지막 한 장에 모든 진실이 담겨있다. 진실을 알고나서
앞부분의 진실하고 정중한 문장들이 전혀 다르게 읽힌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발신은 그렇다 쳐도
수신은 왜 했는가. 스스로에 대한 왜곡과 오해가 너무 단단하다면 도저히 구원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
제목 그대로 "기묘한 러브레터"여서 이해할수 없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말하는 편지글 형식인 만큼 스스로 단서를 짜맞출 수는 없었지만,
가볍고 단순한 문장을 눈으로 쫒게 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