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본주의가 태동하는 19세기 즈음부터 역사의 중요 사건마다 금융이 어떤 작용을 하고 변모했는지 분석하고 제시한 책이다. 중세이후 유럽에서 패권을 다투던 프랑스, 스페인, 영국 중에서 결국 영국이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원인중 큰 부분이 네덜란드의 선진 금융을 받아들여 금융시스템 구축에 따른 신용 확보로 전세계 자금이 모이고 낮은 금리 부담 등으로 전쟁자금이 충분했던 것이 인상적인 대목이다. 그리고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이 왜 그렇게 길어졌는지에 대한 설명도 유용했다. 경제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왜 오늘날 경제정책 상식이 된 통화공급 및 저금리 정책을 펴지 못했을까? 원인 중 하나가 정책결정자들이 직전 자산 인플레이션이 심하다고 보고 가격이 떨어져야 된다는 이른바 "청산주의"에 경도되어 있어다는 설명도 새롭게 알았고, 결정적인 원인이 "금본위 제도"였다는 것은 더욱 흥미로웠다. 금본위 제도하에서 미국이 달러를 공급하거나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가치가 낮아져 외국자본이 유출될 수 있고 그럴 경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수 있다는 사실때문에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1933년 루스벨트 정부가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대대적인 금융정책을 펴면서 마침내 기나긴 디플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나라의 IMF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고정환율제도를 들고 있다. 정책 당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하면서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한 것이 실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 우리나라의 경기 부진 타개책으로 저자가 내놓은 방안도 인상적이다. 경기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재정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극적 목표에서 벗어나 과감한 재정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