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수년전부터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가끔 서점에 들러 이책 저책 훍어볼 때마다 눈에 자주 띄어 살까 말까 망설였던 적도 많았다. 그리고 어렸을 때 동일한 제목으로 "안소니 퀸" 주연의 흑백 영화가 있었다는 사실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마침내 책속에 뛰어 들었을 때 내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것 같다. 인간은 태초에 자연에서 수렵,채집을 하면서 야생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생각을 할 줄 아는 호모사피엔스가 이성, 문명을 기반으로 하는 삶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인간이 문자, 제도, 관습, 이념이라는 상상 또는 허구의 도구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농업, 산업 혁명 등으로 이어지며 삶을 풍족하고 안전하게 하는 등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으로 보편적으로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이면에는 인간이 본능에 따라 자유롭게 사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든 관습과 제도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삶을 살도록 길들여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인간들은 국가, 민족 등 자신들이 만든 "허구"를 절대적인 것으로 신봉하며 스스로의 덫에 갇히게 되었다. 조르바는 젊었을 때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불가리아 신부를 암살하고 살인을 저지르다가 어떤 계기로 나라와 민족이라는 이념이 덧없음을 깨닫고 정처없이 떠돌며 자유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다. 대립보다는 사랑을 실천하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관습, 제도에 얽매이는 삶을 회피한다. 반면 화자인 "나"는 지식인으로 삶을 현실에 몸던져 경험하기 보다는 책을 통해 사유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조르바가 보기에 "나"는 책, 즉 인간들이 만든 허구에 갇혀 인생의 참맛을 보지 못한채 겉핡기식으로 삶을 낭비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나를 포함한 지식인들이 행동보다는 사유에 익숙한 즉 문약에 빠지는 경향이 많은데, 조르바의 삶은 허구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다운 자유, 사랑, 본능에 충실하여 삶을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