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은 있을 것이다. 주위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하는 순간들이 쌓일 때마다 우리는 지독한 외로움을 느낀다. 한때는 가깝고 친밀했으나 남보다도 못하게 된 사람들이 주위에 켜켜이 쌓이게 되면서 외로운 나의 모습도 더욱 더 짙어진다. 내 지난 시간들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나는 힘든 고민의 순간 내 어린시절을 함께했던 빨강 머리 앤을 떠올렸고 이 책을 선택했다. 어찌보면 나보다도 더 기댈 곳이 없었던 그녀에게서 무엇을 기대한걸까? 앤이라는 아이는 어린나이에 많은 일을 겪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강해진 앤이었지만 주변의 소소한 즐거움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그 아이의 마음가짐은 어른의 내 마음을 흔들었다.
소설 초반에 다시 파양될 위기에 처했을 때도 앤은 자신의 처지에 절망하지 않고 눈앞에 것에 집중하며 행복을 찾으려 했다. 앤은 이렇게 얘기 한다 "아주머니, 있잖아요. 저는 이 길을 즐겁게 달리기로 마음 먹었어요. 경험상 그래야 겠다고 마음만 굳게 먹으면 즐겁지 않은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무한긍정의 앤을 보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슬픔의 구덩이로 던져 버리지 않는 앤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슬픔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스스로를 절망에 밀어넣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는 걸 그 아이는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또 앤은 이렇게 얘기 한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보통은 내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짜증이 나곤 한다. 그런데 앤은 그래서 더 멋진거라고 말한다. 나의 인생은 내 생각과 꿈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의미있는 인생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부당함에 용감히 맞서는 이름 끝에 'e'가 붙는 내 어린시절의 친구 앤에게 내 마음을 위로받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