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재미있게 봤던 책이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읽고 나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아와 여성의 인권 자체가 굉장히 낮았던 그 시대에 이 소설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고아와 여성이라는 힘든 상황을 동시에 지니고 있던 고아 소녀 주디는 사회적 약자에서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 나갔다. 그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 보던 독자들은 주디를 보며 많은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 사랑이라는 요소를 빌려 왔지만 남자와 여자의 평등한 지위를 얻어가는 주디를 보며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느꼈을 듯 하다. 그리고 그 감정의 경험은 새로운 사회적 변화를 불러 일으켰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당당한 사회적 주체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당시의 시대 상황을 비판하며 변화를 꾀한 건 아닐까?
물론 주디의 성장이 여성의 지위 향상에만 그치진 않았다. 스스로의 자존감 회복이라는 결과와 이어져 건강한 마음으로 사회를 밝게 보게 된 주디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소설 초반에 주디는 고아라는 사실에 대한 상처도 분명히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고아원 생활로 인해 남과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되고 자신의 주체성을 확립하며 건강한 자존감도 갖게 된다. 나도 내가 아직 극복하지 못한 유년 시절의 존 그리어 고아원이 있다. 항상 그 시절을 탓하며 지내 왔던 못난 나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다. 많이 부족했고 아픈 시간들이었지만 결국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특별한 지금의 나 자신을 만들게 해준 순간들이었던 것이다. 어떤 하늘이 내 위에 펼쳐 지더라도 행복하게 살겠다는 주디의 말처럼 나도 그렇게 행복해 보자는 다짐을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