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박사님을 알게된 것은 부서에서 주최한 경제전망 세미나에서였다. 수더분한 외모와 편안한 말투로 말씀을 시작하셨지만, 그 속에는 수십년 내공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사학과 출신의 이코노미스트의 장점을 극대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이, 그 중에서도 런던이 어떻게 금융의 허브가 되었는지부터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까지,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금융시장의 변화를 설명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이야기들을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쉽고 재밌게 풀어줌으로써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거의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는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이 트라팔가 해전을 기점으로 패망한 이유, 아편전쟁, 그리고 세계대전과 대공황 이야기.
영국이 해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해군력과 선박이 아니라 그 해군력과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금융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즉, 당시 영국 왕실의 안정적인 국채 발행으로 인해 프랑스와 비교하여 많은 선박과 해군력을 기를 수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영국은 어떻게 안정적으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다음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간다.
18세기만 해도 중국은 영국을 능가하는 경제규모와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국의 강력한 교역 규제 및 무역수지 불균형에 불만을 가진 영국이 아편을 선물함으로써 결국 중국에서 막대한 양의 은이 유출되기 시작, 영국은 다시금 패권을 가져오게 된다.
1929년 10월 주가 폭락 사태로 순식간에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몰락했으나 금본위제의 굴레가 정책 당국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막았고, 이런 판단 미스로 경기침체는 장기화되었다.
이런 굵직한 역사들을 통해 본 금융의 과거, 이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갈 수 있을지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