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율배반적인 말이다. 공감이 세상을 더 안좋게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리의 도덕적 결정과 행동은 공감의 힘에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다. 2. 이것은 종종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든다. 3. 우리에게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공감은 특정 개개인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통계상의 결과에는 유난히 둔감하다. 우리가 일상적인 관계에서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려면,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것보다 자제력과 사고력을 발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특정인에 대한 공감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흔히 우리는 공감능력이 뛰어나야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도덕적 판단을 더 잘한다고 여겨왔다. 이 부분에 대해 반대를 하는 사람은 되려 사이코 패스처럼 여겨져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저자는 다양한 논거를 가지고 공감이 끼어들지 않아야 공정하고 도덕적이고 궁극적으로 유익한 정책이 고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통해서라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분석을 바탕으로 무엇이 적절한 처벌인지를 결정해야한다. 우리가 주는 돈이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면, 인도에서 구걸하는 어린이에게 돈을 주는 행위를 삼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 객관적 팩트 체크에 기반한 의사결정 등은 공감을 바탕으로 한 감정적 호소에 항상 진다. 그래서 고통을 호소하는 불치병 소녀의 애원은 그녀의 치료 순번을 앞으로 당기고, 그녀 때문에 뒤로 밀린 다른 어린이들의 고통은 묻힌다. 이러한 일은 사회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평소 항상 이런 나의 태도에 "무심하다" 혹은 "무감정이다"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나로서는 나의 사고 구조를 다시 정리할 수 있고, 내가 한 행동이 나쁜, 혹은 부정적인 태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고마운 책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