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등 제목만으로도 잠재 독자를 잡아끄는 올리버 색스가 생전 가장 아꼈다는 책이다. 올리버 색스의 책은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희귀병 환자를 학문적 관점에서도 자세히 다루는 한편, 환자가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과 결과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룬다는 매력이 있다. 그에 비하면 색맹의 섬은 색맹이라는 비교적 잘 알려진 증상을 다룬다는 데서 일견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또한 구성원 중 색맹 발현율이 높아서 생기는 흥미로운 문화적 현상, 그리고 태평양 외딴 섬이라는 독특한 환경 (및 오고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 등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매력으로 이를 보충한다.
이론적으로야 우리 모두 아는 얘기다. 예컨대 색맹처럼 일반인에 비하여 결함이 있다면 이를 다른 종류의 시각이나 청각, 촉각 등 다른 감각으로 보충하게 되고, 또 어떤 문제를 지닌 사람에게 상담하고 지원하려 하면 편견이 없기 힘든 '일반인'보다는 같은 처지에서 비슷한 고난을 경험해 본 사람이 다가가 공감하고 질문하는 편이 더 설득력있다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사실과 의견만을 다루는 논픽션이 이를 가상의 상황과 인물로 재해석하는 소설보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유리하지 않듯 (사실 그 파급력에 대해서는 반대의 경우가 많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 상황과 가르침을 특수한 상황에 적용하여 사례로 보여주면 더욱 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책은 비록 앞에서 말한 소설은 아니지만,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사례를 생생하게 들어주는 일종의 문학으로서도 상당한 울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