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표지부터 김영하 산문이라고 또렷하게 적혀있건마는 평소 덜렁거리는 내 성격 덕에 첫 챕터를 읽고서야 책표지를 다시보며, 소설인지 에세이인지를 확인했다. 첫 에피소드는 정말 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여행지에서의 특이한 경험이 담겨있었다. 이 책에는 여행에 대한 김영하 작가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이 담겨 있다. 여행관련 소설, 고전 등이 인용되고 있으며 여행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이동 역사까지 언급되고 있다. 문학, 역사, 경험 등 다양한 관점과 일화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또한 나에게 여행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에게 여행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왜 주기적으로 돈과 시간을 들여서 꼬박꼬박 여행을 가고 있는지? 나에게 여행이란 일상을 벗어난 색다른 경험이자 도피처였던 것 같다. 김영하 작가는 이 책에서 그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행하는 동안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하므로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했던 작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오로지 현재만 있다.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가지지 않는다. 낯선 환경, 제한된 정보속에서 과거 잊고 싶은 흑역사에 대한 이불킥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이 나에게 주는 이 한가지 이점만으로도 내 여행은 오래 계속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