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란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무런 왜곡 없는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초월(transcendence)이라 하며 이를 실천하려는 것이 명상(meditation)이다."(심리학용어사전) "인간의 모든 생각과 의식은 고요한 내적 의식에 있다는 가정하에서 인간의 마음을 순수한 내면의식으로 몰입하도록 만들어 참된 자아를 찾는 동양종교의 수행법."(상담학 사전) "명상은 생각에 집중하고 마음을 훈련해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수행법으로 여기에는 집중 명상, 초월 명상, 마음챙김 명상 등이 포함된다."(건강용어사전)
명상에 대한 정의는 철학적, 심리적, 종교적 함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르다. 인류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명상이 인류에게 얼마나 밀접하고 큰 영향력을 미치는가를 반증하는 이유이다. 76억 인구의 다양성은 생각과 행동에서 드러난다. 그들의 욕구가 표출되는 단계에서는 이미 숙련된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이 과정은 자신의 경험과 이전의 경험을 한데 합친 결과이며, 어떤 숙의를 거쳤는가에 따라 여러 형태로 표현된다. 일련의 과정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 자신의 생각이다. 생각은 고요한 가운데 집중해서 하는 것과 혼란스러운 가운데 하는 것에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인류는 최선의 선택을 위해 최적의 방법을 찾기에 이르렀고, 우리는 그것을 명상이라 부른다.
명상을 하는 이유는 경우의 수만큼 많다. 생각을 관장하는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흔히 명상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의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일정 부분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상을 하면 뇌의 회백질이 증가하고,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수치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의력, 감정조절, 집중력, 스트레스 감소 등의 변화를 가져온다. 또한 정서적 안정으로 통해 창의력 향상과 정신적 불안 감소, 통증 감소와 면역력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곧 삶의 질 향상으로 나타난다.
일견 만능처럼 보이는 명상이 과연 과학적으로 얼마나 규명되었는가도 중요한 관심거리이다. 대니얼 골먼과 리처드 데이비드슨이 생각했던 것처럼 좋은 것이라면 함께하는 것이 좋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명상하는 뇌>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원제는 <Altered Traits>로 명상을 하면서 나타난 변성된 특성을 데이터화하여 명상 전·후 변화된 뇌의 모습을 비교함으로써 인류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책 <명상하는 뇌>의 저자 대니얼 골먼은 세계적인 심리학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겸임 교수를 역임한 인물이다. 12년 동안 뉴욕 타임스에 뇌와 행동과학에 관한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리처드 데이비드슨은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선구적인 연구자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정신병리학 및 정신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위스콘신 대학교 심리학과 및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같은 대학 '건강한 마음 센터'의 설립자이며, 와이즈먼 뇌 영상·행동 연구소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타고난 성격과 기질을 바탕으로 인간 유형을 구분 짓던 전통 심리학에서 벗어나, 인간의 뇌 패턴과 연관된 감정 유형 Emotional Style을 최초로 발견하여 인간 유형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서구의 과학과 달라이 라마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 대표적인 인물로도 유명하다.(책날개 저자 설명 中)
두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명상을 통한 변성된 특성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이다. 이들의 연구는 70년대 초부터 진행되었는데 당시는 현재와 같은 과학기술이 전무했던 터여서 뇌의 변화를 특정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연구 결과는 매우 부족했으며, 표본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표본 조사는 숙련된 명상 전문가와 명상을 하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이들의 비교 분석 자료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일정 구간의 집중력과 감정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땀방울의 개수(데이터의 변화)로 어렴풋이 짐작하는 수준이었다. 연구는 난항을 겪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져 갔다.
명상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깊이를 추구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넓이를 추구하는 길이다. 전혀 다른 길이지만 가끔 혼동하여 설명되곤 한다. 깊이를 추구하는 명상은 순수한 형태의 명상 수행법으로 주도 동양적 수련의 전형적 표현이다. 이런 집중적인 유형의 수련을 제1수준이라 명명한다. 제2수준은 아시아의 전통 수행 정신을 계승하지만 문화적 차이로 발생하는 오해 혹은 방해될 만한 요소들을 제거한 수행을 말한다. 주로 서구 사회에 적합하도록 변형된 형태이다. 이와 달리 넓이를 추구하는 제3수준은 영적인 맥락을 제거한 상태로 일반 대중에게 전파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마음챙김 명상, 초월 명상도 이에 해당된다.
그 외 보다 폭넓게 접근 가능한 제4수준, 제5수준 명상도 가능하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의식 수준도 높아짐으로써 인류의 생존 형태와 정신이 변성된 특성에 의해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아시아에서 만난 스승으로부터 "명상이 고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면, 영적 수행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명상이 인지적·감성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해왔고, 그 결과를 박사 논문에 담았던 것이다.
명상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고 말한다. 먼저 편안한 장소가 필요하다. 주변의 움직임에 신경 쓰지 않을 만큼의 장소면 충분하다. 두 번째로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이 부분은 여러 의견이 분분한데 초보자의 입장에서 호흡이 원활할 정도의 자세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자신의 호흡에 집중한다. 호흡은 한자의 표현대로 나고 드는 숨결을 느끼는 것이다. 숨이 어떤 형태와 흐름으로 내 몸을 드나드는지 살펴보면서 온몸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 이후 마음이 안정되면 정신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과정 속에서 숱한 생각이 떠오를 것이고 때로는 번민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들고 나는 경로를 따라야 한다. 스치듯 넘어가는 것, 자연의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한다.
명상은 많이 할수록 변성된 특성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처음에는 하루에 10분 정도 하고, 점차 시간을 늘려 30분 이상을 명상하도록 추천한다. 문제는 '꾸준히 한다'라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서면 잠시 멈추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꾸준히 집중해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명상에 대한 다양한 것 - 과학적이며, 심리적이고, 의학적인 것들을 우리는 <명상하는 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상이 뇌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과연 명상을 하면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될 것인가와 같은 의제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또한 명상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삶의 질이라 하면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말한다. 현대인의 대부분이 스트레스로 인해 병이 생긴다고 하는데,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영역에 해당된다.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 분비를 제어할 수 있다면 강제적 조절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저자들은 오랜 연구를 통해 실제 사례를 모으고 분석하여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명상하는 뇌>를 통해 명상이 동양의 오랜 전통 수련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뿌리 깊은 통찰력을 각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책의 내용이 깊고 방대하여 읽기에 주저할 수 있다. 그러나 읽기 시작하면 얼마나 편안하고 논리적으로 잘 짜였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끔 등장하는 어려운 용어들도 이내 쉽게 동화되어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되었다. 명상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다. 당장 명상에 달려드는 것도 좋은 선택이나,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 삶을 관조하듯 바라보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