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너무 유명한 베스트 셀러이지만 책의 제목만으로는 아무것도 알수 없는 내용의 책이다.
서술부의 이책에 대한 찬사는 정말 많은 유명인들이 논평을 해 주셨고, 더 내셔널 북 리뷰, 워싱턴 인디펜던트 리뷰 오브 북스,
시카고 리뷰오브 북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등등에서 간략하게, 혹은 길게 찬사를 보내왔다.
21.12.17일 출간되었으며, 작가는 룰루 밀러이다.
이 책은 평소에 책을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부제는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분야가 '자연/과학'이라니. 당최 상실, 사랑, 삶의 질서와 과학과의 관계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퇴근길 지나가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떠나지 않아 눈길을 끌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책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 배길 지경으로 그 내용이 궁금해졌다.
완독을 마친 지금은 책 뒤표지에 있는 서평들에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짧은 독서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책이 주는 장르적 특수성은 매우 귀하다. 저자의 사랑과 집착의 삶을 녹여낸 에세이면서도 과학적 사건들을 쉽게 설명하고, 그중에서도 '분류학(taxonomy)'이란 무엇인지 깊게 받아들이게 한다. 한편으로는 잘 짜인 추리 소설 같은 전개가 계속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불굴의 의지로 지구상의 수많은 물고기의 이름을 붙인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서 시작한다. 그는 평생을 돌아다니며 직접 이름 붙인 물고기 표본들이 거대한 지진으로 모두 쏟아지는 절망 속에서 되려 물고기를 잡고 이름표를 꿰맸다. 위기일수록 더 지독하게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반면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밀러(저자)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그녀를 스스로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여기도록 끊임없이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던이 보여준 삶의 의지를 통해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조던의 삶의 행적을 깊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조던에 대해 알게 될수록 그녀의 감정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조던이 여러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생물종에 이름 붙이기를 계속했던 것은 그가 철저히 숭배하는 우생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었다. 생물의 존재를 계급화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다리를 만들고, 우리 모두는 그 사다리의 어느 한 칸에 자리하는 것뿐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너는 중요하지 않아'. 밀러를 오랫동안 괴롭힌 그 한 문장을 조던의 삶이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27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걸까? 밀러의 절망은 우연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Naming Nature)>라는 책에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분기학적으로 물고기는 물속에 사는 생물들일 뿐, 모두 같은 조상을 뿌리에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폐어(육기어류)와 가오리(연골어강), 연어(조기어류)는 모두 생명의 나무 저편에 존재하는 생물들이다. 사막에 산다고 해서 곰과 도마뱀이 같은 종이 아닌 것처럼 물고기를 모두 같이 분류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오류이다. 다시 말해, '물고기'라는 하나의 우생학적 사다리는 잘못된 것이다. 물속 생물들의 존재는 그보다 우연히,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 현재에 이르렀다. 찰스 다윈은 이러한 진화가 지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생물의 다양성은 생태계를 더욱 견고하고 유연하게 만든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통해 세상에 더 알려진 이 개념을 통해 조던이 평생토록 이룬 학문적 성취는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밀러는 평생을 괴롭히던 문제의 진정한 답을 찾았다. 우리의 존재가 단순히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