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요한 하리(Johann Hari)는 뉴욕타임스 등에 글을 기고해온 영구 저널리스트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사회과학과 정치과학을 전공함. (‘나’는 저자를 의미)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흔히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겪는 집중력 문제는 현대 사회의 비만율의 증가과 유사하다. 정크푸드를 중심으로 한 식품 공급 체계와 생활방식의 변화가 비만율 증가를 만든 것처럼, 집중력의 위기와 광범위한 증가도 현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유행병과 같다.
전 구글 전략가 제임스 윌리암스는 몇 년간 집중력을 연구한 뒤 집중력에는 세가지 형태가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그 세가지를 전부 빼앗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집중력의 첫 번째 층이 스포트라이트라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지금부터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내릴거야” 같은 “즉각적인 행동”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경을 찾고 싶은가? 냉장고 안을 보고 싶은가? 책의 이번 장을 끝까지 읽고 싶은가? 이때 필요한 집중력의 이름이 스포트라이트인 이유는 초점을 한곳으로 좁히기 때문이다. 이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되거나 방해받으면 우리는 이런 단기적 행동을 수행하지 못한다.
집중력의 두 번째 층은 스타라이트, 즉 별빛이다. 스타라이트는 “장기적인 목표, 그러니까 시간이 드는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집중력이다. 우리는 책을 집필하고 싶다. 사업을 차리고 싶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이 집중력의 이름이 스타라이트인 이유는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별을 올려다보면 자신이 향하던 방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스타라이트를 놓치면 “장기적 목표를 잃게”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잊기 시작한다.
집중력의 세 번째 층은 데이라이트, 즉 햇빛이다. 데이라이트는 애초에 자신의 장기적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형태다. 자신이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사업을 하고 싶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어떻게 아는가? 심사숙고하며 명료하게 생각할 수 없다면 이런 질문의 답을 알아낼 수 없다. 그가 이러한 집중력에 데이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눈 앞의 광경이 햇빛으로 가득할 때에만 주변 상황을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위 세가지에 더해 네 번째 형태의 집중력을 생각하고 이를 스타디움 라이트, 즉 경기장의 빛이라 부른다. 스타디움 라이트는 서로를 보고, 서로의 소리를 듣고, 집단의 목표를 세워 이를 이루고자 함께 싸우는 능력이다.
집중력 향상을 위해 나는 여섯까지 큰 변화를 만들었다.
첫째, 사전 약속을 이용해 지나친 전환을 멈추려 했다. 사전 약속은 행동을 바꾸고 싶을 때 미래에 그 바람을 굳게 유지해줄 조치를 취함으로써 나중에 결심을 깨기 어렵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나는 뚜껑이 달린 대형 플라스틱 금고를 사서 핸드폰을 그 안에 원하는 시간만큼 가둬놓는다. 노트북에는 프리덤이라는 원하는 시간만큼 인터넷을 차단해주는 프로그램도 설치했다.
둘째, 산만함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원래는 자책하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넌 게을러, 넌 부족해, 도대체 문제가 뭐야? 스스로를 부끄럽게 해서 더 집중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요즘은 전과는 매우 다른 대화를 자신과 나눈다. 지금 무엇을 해야 몰입상태에 깊이 빠져들어 집중할 수 있는 능력에 닿을 수 있나? 지금 할 수 있는 유의미한 활동이 무엇인가? 무엇이 내 능력의 한계에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금 이 기준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나는는 몰입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자기 처벌적인 수치심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안다.
셋째,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집중력을 침해하도록 설계된 방식에 관해 알게 된 내용을 토대로, 이제 1년중 6개월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넷째, 딴생각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된 내용에 따라 행동한다. 생각이 배회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집중력이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집중력의 한 형태임을 깨달았다. 우리의 생각은 주변 환경에서 멀어지도록 내버려둘 때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기 시작하며 그동안 알게 된 다양한 정보를 연결한다. 요즘은 핸드폰을 비롯해 나를 방해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드시 매일 한 시간 산책한다. 생각이 자유롭게 떠다니며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찾아내도록 내버려둔다. 내 주의력에 배회할 공간을 줌으로써 나의 사고가 더 예리해지고 더 좋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다섯째, 과거에는 수면을 사치나 심지어 적으로 여겼다. 이제는 매일 여덟 시간 수면을 철저히 지킨다. 긴장을 푸는 나만의 작은 의식은 침대에 눕기 전 두 시간 동안 전자기기 화면을 보지 보지 않는 것과 향초를 피운 다음 그날의 스트레스를 없애려 노력한다.
여섯째, 나는 자녀가 없지만 내 대자와 나이 어린 친척들의 삶에 깊이 관여한다. 원래는 그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에 주로 의도적인 활동, 사전에 계획한 분주하고 교육적인 활동을 했다. 이제는 그 시간에 주로 자유롭게 같이 놀거나, 어른의 관리나 지나친 감시 없이, 또는 집 안에 갇히는 일 없이 자기들까리 알아서 놀게 한다. 자유롭게 노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 건강한 집중력의 토대를 갖게 된다. 이제는 그 친구들에게 마음껏 노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주려고 한다.
그 외에 가공식품 줄이기, 매일 명상하기, 요가 같은 느린 수련 꾸준히 하기, 매주 하루 더 쉬기 등을 실천하면 집중력의 향상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안다. 먼저 세 가지 거대하고 대담한 목표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첫째,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해야 한다. 고의적인 해킹으로 중독된 사람들은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주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 늘 탈진 상태인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아이들이 자기 동네와 학교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되찾아야 한다. 집안에 갇힌 아이들은 건강한 집중력을 발달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사람들의 집중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극적으로 개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