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영어단어 'travel'이 여행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된 것이 14세기 무렵이고 그 어원이 고대 프랑스 단어인 'travail'에서 파생된 것이고 그 의미도 노동과 수고, 고통 같은 의미들이 담겨있다는 사실은 매우 의외이면서도 지금과 여행환경이 전혀 다른 예전의 여행자들이 타 지역, 타 문화로의 여정을 생각해 보면 그 어원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되기도 한다. 우리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도성 한양을 벗어나 전국 명산지들의 여행하는 일은 여유가 있는 양반들의 경우에도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고 더구나 나라밖을 벗어나는 일은 아주 대단한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문명이기가 발전한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는 지금당장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이틀이면 지구반대편으로 갈수 있으니 예전과 지금의 여행의 개념과 이유는 많이 다를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의 본질을 드려다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즐거움과 해방이든 아니면 노동과 고통이든간에 너무도 익숙한 세상에서 낯선 곳으로의 이동은 대단한 용기와 함께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경쟁하며 앞만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끔씩 주변의 모든 익숙한 것들과 단절하고 신선하고 새로운 충격을 줄 수있는 여행은 분명 새로운 활력소이며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는 처방약이 될 수 있다. 코로나로 고통받고 억눌려 있던 여행본능이 확산되고 있는 시기이다. 최근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세계 유명 관광지는 어디나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뉴스를 접할수 있다. 생각같아서는 나도 이것저것 재지않고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다.
이 책을 구입하기전 책 제목을 보면서 과연 어떤 주제로 내용을 엮어갈까 매우 궁금하였다. 사람들마다 여행이 주는 의미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다른 이들이 어떤 생각과 의도로 여행을 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엿볼수 있고 또 나의 그것과 서로 비교해 볼수 있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작가가 '여행의 의미'를 어떠한 시각으로,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건지 기대를 품고 첫 장을 펼쳤다. 첫장 '추방과 멀미'에서 한치의 의심없이 비자없이 출발한 상해여행과 당일 추방은 일순간 어이없으면서는 한편으로 누구나 한두번씩 저지를수 있는 여행 실수담이다 생각하니 나또한 머리를 스쳐가는 실수담들이 피식 실소와 함께 뜨오른다. 저자가 말한대로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재미가 없는 여행기가 될 것이고 오래 기억되지도 않을 것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가 오랜세월을 지나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가지고 많은이들에게 큰 영감과 흥미를 주는 이유도 긴 시간 귀향길에서 겪은 수많은 실수와 모험을 노래하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겠는가... 과연 첫 장부터 막힘없이 술술 진도가 나갔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저자가 말하는 여행의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또 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 반문하기도 하였다. 여행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먼저 설레임이 느껴진다. 이 설레임의 느낌은 마치 도파민과 같이 매번 여행을 떠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설레임 감정은 상당히 복합적인 것 같다. 일상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상상하고 소망하는 무언가를 찾아 떠나고 싶은 것일수도 있고 다람쥐 챗바퀴처럼 되풀이되는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또는 도피일 수도 있고 말이다. 또한 좀더 거창하게 작가가 말하는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처럼 우리의 유전자 속에 내재된 아주 오래된 본능일수 도 있겠다.
이 책 "여행의 이유"를 거침없이 빠르게 읽으면서 많은 부분을 공감하기도 하고 한편 생각지 못한 각도에서 여행의 의미를 되새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모든 행동에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언급된 사건의 파편들과 여행의 경험과 이유는 무척 흥미로웠고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여행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행복한 경험이었다. 저자가 말한대로 "풀리지 않는 난제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때, 소란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홀로 고요하고 싶을때, 예기치 못한 마주침과 깨달음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 그리하여 매순간 우리는 여행을 한다." 모두 맞는 말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