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최근에 몇몇 국내 건축가들이 시류에 편승하여 도시와 건축을 중심소재로 하여 나름 역사와 철학, 그리고 수필같은 양념을 섞어 나온 책이 몇몇 있지만, 대부분은 소설처럼 몰입감이 강한것도 아니고, 철학책처럼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것도 아닌, 사실 사회학 책들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용도로 만들어지다보니 다 읽은 후에도 뭔가 재미있었다거나 감명깊었다거나 이야기 할만한 것들이 크게 없는 한편, 이책은 시간과 공간의 깊이와 너비가 너무 광범위해서인지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저자는 건축학자나 도시학자가 아닌 역사학자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세계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그를 도시에 대한 역사로 이끌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인류 최초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우르크에서 시작하여, 바빌론,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등 고고역사에서나 보던 도시들을 거쳐 최근의 런던, 파리, 뉴욕, LA에 이어 마지막으로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접할수 있었던 나이지리아의 라고스까지 닿는다. 아, 물론 세계대전 중 섬멸당했던 바르샤바에 대해서도 중간에 일부 언급된다.
앞서 언급한 바 대로 사실 국내 건축학자가 쓴 책을 비롯하여 도시에 대한 책들은 여럿 있었지만, 도시의 외관이라던가 매우 단편적인 도시의 역사라던가 혹은 본인의 아주 주관적인 느낌을 써내려간 책들이 대부분이라 여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의 관심사가 너무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이책은 '도시'라는 것을 하나의 무생물적인 대상으로 대하지 않고 '진화하는 생물'로 대한다는 점이 기존의 책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최초의 도시 우르크에서부터 다양하게 접하는 세계의 대도시들이나, 잘 들어보지 못했으나 과거에 대도시였던 도시들, 그리고 세계대전 등을 통해 사라질 운명이었으나 다시 일어난 도시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보았지만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등을 통해 그 도시 자체의 역사와, 도시가 만들어진 배경, 그리고 살아움직이는 도시의 역동적인 면을 새삼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들어, 6천년전 우루크에서 왜 인류는 함께 모여 살게되었을까, 단순히 촌락을 벗어나 거대도시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이었기에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수없는 고대시대부터 도시는 발생하여 발전하였으며, 중간중간 수많은 파괴와 타락, 멸절의 순간을 딛고서도 여전히 지금까지도 지구촌 어느나라에서도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생동감 넘치는 기능을 하게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저절로 들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전히 서울/수도권의 인구집중으로 인한 국토의 불균형발전에서 시작되는 여러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고, 서울인근 수도권의 과밀로 인한 다양한 범죄와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수준 저하, 부의 양극화 등은 지금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에 따라 다양한 직종에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어울리게 되면서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할 수 있었던게 아닐까. 혹은 부의 양극화가 심하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사회전체적인 부가 증가할수 있었음에 따라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복지나 사회구조적인 혜택이 예전보다 더 많이 돌아갈수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가 없다.
이 책은 양장본과 문고판이 있는데, 나는 문고판을 선택하여 양장판의 구성을 모르는 상태이나 한가지 아쉬운점은(양장판에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리적인 부분을 포함하여 수많은 배경지식과 역사적사실이 난무하는 과정에서 지도나 그림, 도록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없다는 점이었다. 지도를 통하여 그시대 대도시들이 왜 그렇게 생겨나고 만들어지고 없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지식, 혹은 수많은 유물이나 사진 등의 사료가 같이 뒷받침 되었더라면 지금 읽고있는 수준의 몇배는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며, 아주 오랫만에 즐거운 독서활동을 할수 있어서 상당히 기분좋은 책이었다고 확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