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뇌과학-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읽고,
기존 이성에 반하여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은 과학적 분석이 어렵고
충동적, 즉흥적이기에 사람들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합리성에 기반한 근대의 산물이기는 할텐데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인지하게 되면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만큼 다양성과 복잡함을 서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과학적 방법을 따르고 이성적인 측면을 많이 강조하면서
우리는 그동안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만을 가지게 되었다.
감정은 과연 비합리적이기만 한 것일까?
감정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 어려운 것일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까지 접근하기 어려웠던 인체에 대해서도
연구하는 방법이 증가하게 되었다.
특히 기존 미지의 영역으로만 알려졌던
뇌에 대한 분석도 MRI를 통해 가능해지면서
활성화되는 부분에 대한 연구를 통해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우리는 이성적인 판단만이 옳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저자는 여러 사례를 들어서
감정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에 대한 다양한 분석의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이성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지만, 감정은 각자가 목표에 부여하는 중요성과
데이터의 가중치에 영향을 미쳐
같은 조건을 가지고도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감정적인 선택이 다 옳을 수는 없다. 편향적이고 충동적이며
합리성이 배제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향 중 하나인 감정에 대해서
무시할 수 있을까?
감정을 도외시하고 모든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을까?
신기한 것은 이 글을 쓴 저자는 이론물리학자로 유명한 레오나르드 믈라디노프라는 것이다.
이론물리학자로서 스티븐호킹과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쓰기도 한 저자는
수학과 뇌과학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이를 기술하고 있다.
우주의 비밀에 대한 접근과 수학적인 방식에 대한 탁월성은
뇌과학 분야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일까?
가장 이성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학문들을 연구하는 학자가
감정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를 또 기술하는 모습에서
당혹감 또는 기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책의 여러 부분에서 드러나는 비극적인 가족사
세계2차대전의 희생양이었던 유대인으로서 살아남았던 기억들이
이성적인 접근의 한계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게 했고
부모님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감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약간이나마 해 보았다.
나의 의사결정의 과정을 보더라도 감정이 상당히 많은 요소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의사 결정에서 보이는 장점과 단점은 보다 잘 보이지만,
나의 업무나 개인적인 삶에서의 의사결정은 한계가 명확해 보이고,
뒤돌아서 생각해보거나 결론을 알고 나서 다시금 의사 결정 과정을 보니
미흡한 점이 많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번 태풍 마와르가 괌을 강타하였을 때,
아내와 나는 최선을 다한 결론이라고 생각하고 행동을 취하였으나
결국 그 결과는 상당히 미흡하였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가족들보다
더욱 많은 비용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비행 일정을 바꾸게 되는 의사결정은
정말 패착에 가까운 것이었으며,
항공사의 너그러움이 없었다면
엄청난 고통 속에서
복귀의 시간만 늦어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를 알고 있었다면
당시에 결항 전 비행편을 변경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겠지만
비행기표가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어서
예약변경을 하지 않게 된다면
가장 늦게 떠날 수 있다는 우려로
많은 시도 끝에 추가 비용을 내고 바꾸고
나온 결과에 자기 위안을 삼으며 보고 있다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정보를 취합해보니
어리석인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당혹감은
절대 잊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앞으로는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청취하면서
향후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보게 된 좋은 책이었음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