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를 읽고
프레임이란 참 신기하다. 예전에 사람들이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고 이야기 할 때 그냥 어르신들의 말이지 또는 누구나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이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또 이론적 뒷받침을 통해서 하나의 설명으로 만들어 냈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16년 개정판에 이어 이번에 양장본이 나온 것이 기회가 되어 책을 읽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기존에 있었던 여러 심리학으로 중요한 실험 결과들을 가지고 서술하였기 때문에 특별하게 주목할 만한 내용은 많지는 않았다. 다만, 저자의 ‘통찰력’이 이번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선 기질보다는 상황에 주목하는 점이 참 인상 깊었다. 사람의 천성은 타고나는 것이며 삶에서 그 본인만의 특성이 드러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그렇게 인생은 가볍게 결정되지 않고, 사람의 특성은 환경에 대한 적응과 여러 경험을 통해 발현되며, 이를 잘 가꾸어주는 교육의 효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닫게 된다.
이는 자녀를 낳고 돌보며, 또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욱 강한 확신으로 바뀌게 된다. 기질적 측면은 아직 성숙되지 않고 여러 계기를 통해 발현될 수 있으며, 부정적인 반응을 억제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강화하는 방식을 통해 이를 육성할 수 있다고 지금은 더 강하게 믿고 있다.
또한 상황적 측면이 주는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일관적으로 행동할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행동하는 측면에 대해 무시할 수 없다. 모두가 ‘No’라고 하는 경우에 혼자만 ‘Yes’를 외치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름이 존중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 문제는 더욱 강하게 남을 것이다. 심리학의 대표적인 실험 중의 하나를 살펴보더라도, 상당히 쉬운 답이 있으나 주변 참여자들이 모두 다른 답을 내놓을 때 실험자 또한 오답을 말하는 경우가 예상보다도 높았다. 또한 집단 군중 속에 있을 때 연설과 응원, 또는 군대에서의 훈련 속에서 ‘자아’가 희미해지고 ‘전체’에 몰입되는 경험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집단의식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그 집단의 의사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과연 쉬울지는 의문이다.
한편, 뇌의 경우 의식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과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고, 의식적인 판단에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처음 할 때 보다 익숙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뇌는 무의식적인 반응, 판단을 선호하기 마련이며, 이를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책 프레임에서도 일부 설명되어 있는, 우리가 넛지라 부르는 개념을 이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상황에서도 최대한의 정보를 수집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즉흥적이고 모호하며 그 상황이 처했을 때 최초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으며, 많은 경우 그냥 선택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넛지는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한다. 연금은 초장기로 운영되기 때문에 생애주기를 감안하여 초년 시절에는 직접투자의 비중을 높이고 은퇴기가 가까워지는 경우 안정성 위주의 상품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겠지만 기존의 상품들은 원금보장성으로 낮은 수익성을 주는 것이 디폴트 옵션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에 걸친 투자에도 불구하고 원금에 가까운 금액만 수령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넛지를 이용하여 디폴트 옵션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를 보완할 경우, 가입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장기기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기기증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보다 장기기증을 하지 않는 의사 결정을 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경우의 기증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것에 주목하자.
우리는 이렇게 프레임을 바꿈으로써 삶의 의사 결정을 더욱 다양하게,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에 주목하고, 나는 이에 공감한다. 앞으로 보다 긍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