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부터 아마도 런던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부터인 거 같다. 그 이후 부터 구미 선진국의 노인들은 은퇴후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지에 대해 궁금함을 많이 가졌다. 처음에는 은퇴관련 영화를 많이 봤고, 이후에는 은퇴관련 독서를 많이 했다. 영화는 주로 유럽, 미국 영화를 많이 봤는데, 그 중에 영국영화 '파리에서의 주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초로의 고등학교 교사 부부가 어느 결혼기념일에 파리여행을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녀들이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연금생활 걱정을 했던 것을 보면 아마도 부부의 나이가 60 언저리 또는 50대 후반 즈음이었을 거 같다. 지금 내가 10년 이내 맞닥뜨릴 은퇴직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과거 한국의 은퇴 이야기 보다는 훨씬 더 나에게 공감이 많이 가는 이야기였던 거 같다. 유럽인들도 자녀가 결혼후 집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이야기와 자신들의 은퇴걱정과 자녀의 미래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모습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게 참신하게 느껴졌었다.
그 이후 영국의 학자가 펴낸 3단계 사이클로 나뉘어지는 인생의 이야기, 즉 은퇴전 은퇴후가 아니라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후의 시기를 2개로 구분한, 최초 은퇴후 최종 은퇴전에 2nd 직무시기를 새로 구분지어, 총 인생 3단계로 구분해 살아야 할 타이밍이 되었다는 책을 읽었다. 50대는 바로 그 인생의 2번째 시기를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라 했었는데....
이렇게 현대 선진국 시민 사회에서는 50대가 매우 중요한 화두로 도래한 것은 사실인 거 같은데, 우연히 때마침 상대적으로 젊은 독일 학자 스벤뵐펠이 쓴 '50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드는 법'을 만나게 되었다. 유럽사람이 유럽의 시각에서 쓴 책이 전혀 낯설지 않고 나의 고민과 관심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책이다.
이 책에서는 총 7가지 측면의 젊게 사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 마음가짐 : 건강은 머릿속에서 생겨난다 - 나쁜 신호와 나쁜 습관을 알아차리는 훈련
2. 식사 : 먹는 것이 당신을 말해준다 - 치매를 막기 위해 먹어두면 좋은 것
3. 운동 : 움직이면 복이 온다 - 가장 좋은 헬스기구는 자신의 몸이다
4. 수면 : 나이 들수록 잠이 중요하다 - 잠을 제대로 못 잘 때는 어떻게 할까?
5. 호흡 : 호흡은 젊음의 샘이다 - 건강한 호흡을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6. 이완과 휴식 : 힘은 쉼에서 나온다 - 번아웃에서 워라벨로 가는 길
7. 사회관계 : 외롭지 않아야 아프지 않다 - 여럿이 하는 운동은 즐겁다.
예전에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같이 운동을 하던 독일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그다지 스마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심신의 건강을 잘 관리하던 친구여서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 시골에서 30분에 한 대 씩 오는 버스를 타고 공립 스포츠센터를 찾아가 배드민턴을 하고, 수영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나는 1회성으로 운동을 하고 말았지만, 그 친구는 꾸준히 동호회와 같이 활동했고, 어학원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관계를 맺는 활기차고 예의바른 친구였던 생각이 난다. TV에 자주 비치는 독일인 '다니엘'과 마찬가지로 독일인들은 사실 별로 재미가 없다. 같은 독일어권인 스위스인, 오스트리아인들에 비해 훨씬 더 그렇다. 그렇지만, 독일에서 살 때 보니 6시가 되면 전 독일인들은 어딘가 동호회를 향하고 있었고, 생활체육 위주의 다양한 취미활동을 매일 하고 있었다. 아주 유머러스하거나, 아주 활기찬 것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뭔가를 하면서 개인의 건강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옛날 꾸준히 운동하던 그 독일인 친구는 특별한 한 인간이 아니라, 독일이 노령화사회에 대비해 우리보다 빠르게 구축한 사회구조 속에 보편적인 한 인간이었을 터인데, 90년대 후반에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던 나로서는 신선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결국, 스벤뵐펠이 가르쳐 준 이 이야기 역시, 특별히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독일사회의 노령화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실증적이고 학문적으로 설명해 준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7가지 영역 대부분 균형있게 갖추고 있는 편인 거 같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영역에서 충분하게 '재미있게 나이들고 있는지'는 또 의문이다. 한번쯤 더 읽으며 좀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50대를 맞이해 나가기 위해 꾸준히 실천해 나가려고 한다.
[출처]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 50세라는 나이는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다.|작성자 라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