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식물에 얽혀있는 이야기들, 아는 이야기 몰랐던 이야기 꼭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들.
○ 민들레 : 서양민들레는 말 그대로 서양으로부터,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유입된 종인데, 토종 민들레가 봄에만 꽃을 피우는 데 반하여, 서양민들레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그러면서 몇 번이고 씨앗을 퍼뜨리기 때문에 번식력이 아주 강하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민들레 간에 싸움을 붙이기라도 하듯, 토종민들레가 서양민들레에 의하여 밀려나는 것으로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토종 민들레가 우리 주변의 바깥으로, 멀리 들어가 산길에나 자라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정확히는 그것은 환경파괴 때문이다. 야산이 깍여나가고 주변 공지가 줄어드는 와중에 번식력이 강한 서양민들레가 그나마 비집고 들어와 살고 있는데, 어찌 이러한 현상을 두고 서양민들레에게 토종민들레가 눈에 띄지 않는 탓을 돌릴 수 있겠는가? 참고로 서양민들레는 번식에 있어 곤충에 의한 타가생식 외에도 스스로 단위생식을 잘하기 때문에 더욱더 번식력이 강하다. 이러한 단위생식 방법은 바나나와 파인애플에서도 자연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생식 방법이다.
○ 바닐라 : 바닐라는 난초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다른 식물에 착생해 살아간다. 서식지는 원산지인 멕시코와 주생산지인 마다가스카르, 동남아시아까지 분포한다. 우리와는 떨어진 곳에 자라므로 우리는 바닐라꽃을 본 적이 없다. 특이하게도 옅은 노랑의 꽃이 일 년에 딱 하루만 핀다고 한다. 그리고 꽃이 지고 나 후 녹색 열매의 꼬투리가 여물기 전에 수확해 건조과정을 거치면 바닐라빈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가공 후에 바닐라빈에서 바닐라향이 나게 된다. 우리가 소비하는 바닐라빈 첨가 음식료는 몇 가지나 될까? 우선 아이스크림이 떠오르고, 쿠키와 빵, 차, 초콜릿이 있다. 우리가 먹는 아이스크림의 1/3이 바닐라맛이라고 한다. 거기에 생각도 못한 상품도 있다. 샤넬의 향수에도 바닐라빈의 향이 첨가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콜라에도 들어가는데 주요 원료 중의 하나라고 한다. 참고로 향료 중 가장 비싼 것은 사프란이라고 한다(바닐라는 두번째다). 사프란은 향도 향이지만 보통 1g의 사프란을 얻으려면 200-500개의 암술을 말려야 한다고 한다. 그 암술의 숫자는 약 160개의 구근 球根에서 채취할 수 있는 양이라니 희소가치가 대단하다. 그 향료의 가치가 결국은 인간의 노력, 즉, 사람의 손길이 가는 횟수와 시간에 비례하는 것일진대 어찌하여 정작 사람에게는, 정작 그 수확과 향료 완성품을 위하여 노력을 투입한 그 사람들에게는 돌아가는 몫이 그렇게나 적은 것일까.
○ 은행나무 : 중부지방의 가로수로는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종류 중에 하나이다. 아직도 길가에는 버즘나무(플라타너스)와 함께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요즘에는 느티나무, (왕)벚나무, 이팝나무, 메타쉐쿼이아, 단풍나무 등을 많이 심는다고 한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유독 가을만 되면 사람들이 기피하는 수종이 되었다. 물론 은행열매 때문이다. 열매가 익기도 전에 막대기로 치거나 가지를 흔들거나 해서 열매를 떨어뜨린다. 아니면 아예 열매를 맺지 않도록 수나무만 골라 심기도 한다. 은행나무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생물의 존재 목적 중 가장 핵심적인 종족 번식을 위하여 여름내 힘들게 맺은 귀한 열매를, 물리력을 행사하여 떨구는 (오로지 악취가 심하다는 이유만으로) 건 고사하고, 아예 자연의 순리를 벗어나 암수의 교접을 인위적으로 막고 나서니, 지구상에 인간보다 오래 생존해(은행나무는 지금으로부터 2억7천만년전에,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약 4만년전에 지구에 나타났다) 온 은행나무로서는 세상에 이런 억울한 일이 다시 있을까?
○ 딸기 : 딸기는 속명인 '프라가리아 fragaria'는 고대 로마에서 불린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뜻은 '향기로운 것'이라는 의미의 '프라그'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우리가 먹는 딸기는 그리 향기로서는 특징지어지지 않는 과일인데 왜 그렇게 불리었을까? 아마 그 당시 거기의 딸기는 오늘날 우리가 먹는 품종과는 다른 종이었는가 보다. 그렇게 원래의(?) 품종은 이름만 남기고 사라지고 말았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날 세계인이 먹는 딸기 품종의 시작은 그다지 큰 의미 없고, 우연한 행위로부터 비롯하였으나, 현재는 딸기 산업을 이룬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 시작은 이렇다. 17세기, 칠레에서 복무하던 프랑스 육군 공무원이 야생 딸기를 하나 발견한다. 그는 몇 포기를 채취해 프랑스에 가져가 상관에게 선물로 주었고 상관은 그것을 심었는데 그후 가져간 암꽃과 기존에 심어져 있던 다른 종의 딸기 수꽃이 교접되어 새로운 종, 즉 요즘 우리가 먹는 딸기와 비슷한 형태의 밭딸기가 생겨 났다는 것이다. 그 후에도 육종에 개량을 거듭하여 딸기는 세계적으로 많이 먹는 주요한 과일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초에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9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딸기 농가가 조성되었다 한다.
2000년대 이전 까지는 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품종을 먹어왔다. 끝이 뾰족한 아키히메, 끝이 둥글고 색이 진한 레드펄, 육보 등이 모두 그렇다. 1년간 일본으로 가는 로열티만 30억원 이상이 되었다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10년 간의 연구 끝에 육성한 것이 '설향'이고, 이 품종이 현재는 우리나라 소비의 80%를 차지하는 딸기 대표품종으로 자리잡았다고 하니, 식물주권 또는 작물주권이랄까 하여간 대단한 노력들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던 것이다. 그 노력들을 생각하니 누군지는 알 수 없어도 절로 경외심이랄까 감사의 마음이 든다. 숫자상으로 보면 정말 괄목할 만 하다. 2005년 9.2%이던 국산 품종 보급율은 2021년 96.3%까지 올라섰고, 2021년 기준 딸기 생산액은 1조4,700여억원으로 쌀을 제외하면 생산액이 가장 많다. 조 兆 단위 작목이 마늘과 양파, 딸기 뿐이라고 하고 토마토와 파프리카는 동년 기준 아직 조 단위 작목에 이르지 못하였다 한다. 수출 실적도 놀라와 동년 기준 650억원에 달하였다 한다. 딸기는 영양번식으로 육묘를 하기 때문에 노동 요구량이 상당하다 한다. 오죽하면 딸기 농사를 13개월 농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직 아쉬운 점은 일본은 이미 종자딸기를 개발했지만, 한국은 아직 착수하지 못했다 한다. ('한국 농어민신문, 2023.3.31)
○ 감귤 : 귤속 과일은 귤 말고도 한라봉, 천혜향, 레몬, 오렌지, 유자, 자몽, 라임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감귤을 재배했는데, 재래종으로 유자, 당유자, 진귤, 청귤, 홍귤 등 35종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종은 온주밀감 溫州蜜柑(중국 원산)으로 1900년도가 넘어서 재배되기 시작했는데 제주도 서홍동에서는 제주 최초의 감귤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1960년대 부터 본격적으로 재배지가 늘어나기 시작하였으며, 당시에는 감귤나무 두 그루만 있어도 대학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한다.(이로써 생긴 '대학나무'라는 별칭은 산수유를 이야기할 때도 빼놓지 않고 나온다) 우리가 먹는 밀감은 크게 온주밀감과 만감류로 나뉜다. '만감류 晩柑類'는 수확시기가 늦은 감귤류로 한라봉, 천혜향, 데드향 등이 속한다. 온주밀감은 우리나라 감귤 수확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만감류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한라봉'은 청견 [淸見, 궁천 조생(일본의 미야가와 조생 宮川 早生)에 트로비타 오렌지를 교배, 속껍질이 얇고, 알맹이가 부드러우며, 과즙이 풍부하다]과 온주밀감을 교배한 품종으로 원래 일본에서 '부지화 不知火'라는 이름으로 육성되었던 것이고, 현재 제주 감귤 수확량의 6% 정도를 차지한다. '천혜향' 역시 일본에서 육성한 '세토카'라는 품종으로 밀감류와 오렌지류를 교배한 것이라 한다. 껍질이 얇은 편이고, 지름도 좀 더 넓다. '황금향'은 한라봉과 천혜향을 일본에서 교배한 품종이다. '베니마돈나'라는 일본이름이 있다. '레드향'은 한라봉과 온주밀감을 교배한 것으로 이것 역시 '에이메이 34호'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육성되었다. 이렇듯 우리가 즐겨 찾는 만감류는 모두 일본에서 육성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서 자체적인 품종 개량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 농촌진흥청에서는 새로운 품종의 연구와 브랜드화를 진행 중이라는데, 식용으로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더 많은 용도로 좋은 품종이 많이 개발되어, 지역 농가 수익도 올리고 우리의 식생활을 포함한 유용한 생활 자원으로 이용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