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1988년 출간된 도서로 절판되어 오다, `21년 수정, 보완한 전면 개정판으로 나는 따끈따끈한 `23.1월 발행본을 접하게 되었다. 비록 수정하고 삭제하는 등 전면 개정되었지만, 30여년만에 다시 출간되는 -아마 역사라는 주제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아주 유명한 정치인, 관료였던 저자가 지속적으로 방송과 언론, 작가로서 아주 활발하게 활동한 유시민 작가*이기 때문일 수도.....
* 경제 전공자라지만 대부분의 저서는 역사와 정치 관련 도서들이 더 눈에 띄는 것은 나만의 선입견에 의한 착각인지는 모른다.
도서는 20세기 100년간 세계의 역사 변화에 맞는 굵직한 사건 11개를 순서에 맞게 제시해 놓고 있다. 1988년도 초간에 있던 일본역사 왜곡관련 부분은 제외하였으며,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를 하나로 묶어 2개의 소제목을 줄였다고 에필로그인 “알 수 없는 미래”에서 밝혔다. 아울러, 20세기 인간의 물질적 생산 활동과 사회적 관계의 성격과 구조를 크게 바꾼 범용 디지털 컴퓨터를 가장 혁명적 사건으로 보아 “앨런 튜링”**에 대하여 많은 부분을 에필로그에서 추가하였다.
**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해독을 위하여 컴퓨터의 원조 –`15년에 상영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시기를 추천한다-를 개발하여 2차대전 승리에 일조한, 이후 불우한 개인의 삶과 자살, 시대적인 재평가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컴퓨터의 대중화, AI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 등 21세기 정보화시대의 기초로 본다.
작가는 33년만에 다시 발간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의 힘”이라 한다. 20세기 전반을 다룬 이 도서는 모두 사건이 극적이고, 등장인물의 삶과 죽음은 인간의 본성과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한다. 전체 11개의 사건 -세계대전 발발 관련 사라예보 사건, 러시아 혁명, 자유방임 시장경제의 종말인 미국의 대공항, 중국의 대약진을 이룬 대장정, 모든 악의 연대인 히틀러,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눈물의 땅 팔레스테인, 마지막 민족해방전쟁 베트남,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 맬컴 액스, 에너지의 역습 핵무기, 20세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 등-을 통하여 격변의 20세기의 주요 세계 역사를 담은 것이다.
작가는 20세기의 첫 사건을 “드레퓌스 사건”으로 시작하였다. 어찌보면 20세기를 대표하는 사건으로 보기에는 지협적인 사건으로 보인다. 유대인인 군인의 진실 규명과 억울한 누명을 풀기 위한 사법적, 사회적, 정치적 전개에서 20세기 이전과의 단절을 통한 지식인들의 사회참여에 따른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진실을 알면서도 기득권 보호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군부와 주요 언론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가족, 양심적인 군인 및 언론인, 에밀 졸라로 대표되는 프랑스 지식인들의 저항을 통한 진실 찾기가 20세기 전체를 대변하는 “민주주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로 보는 것 같다.
처음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제목만 보고 도서를 선정할 때는 내가 알고 있는 역사를 다른 시각이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세계사에 대하여 올바른 역사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읽게 되었지만 읽으면서 이러한 점은 느끼기 어려웠다. 물론, 20세기 대표적인 사건을 선정하는 기준은 사람별로 다를 수 있기에 이는 논외로 했다. 하지만, 이 도서를 처음 발간한 1988년의 국내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일정부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끝나지 않은 군부시대와 인권 탄압이 일상적이던 권위주의 시대에 대입하여 생각해보면 그 시대에는 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다. 21세기 민주화가 진전된 시점, 이미 세계의 역사를 일정 부분 알게 되는 지금의 시점이 아닌 20대의 그때로 돌아가면 –광주 민주화운동이 북의 간첩에 의한 사건으로 알고 있던- 교과서로 배웠던 시험위주의 세계사가 아닌 진짜로 “거꾸로 보는 세계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었다.
21세기의 100년은 아직 진행중이고 이제 20여년 밖에 흐르지 않았다. 우리는 21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건을 알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것이다. 역사는 지나간 시대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의 방향을 정립하는 것으로 본다. 20세기의 인류가 저지른 수많은 잘못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지나고 있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과거로 회귀하는 많은 정치 지도자들로 인하여 인류의 역사가 퇴보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가는 22세기에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출간되지 않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