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샌델 교수는 "선(좋음)이 권리(옳음)에 앞선다'고 주장한다. 문제의 핵심은 좋은 삶의 개념을 가정하지 않고 권리의 존재만 정당화하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데 있다. 샌델교수는 사회의 기본 구조를 규제하는 정의의 원칙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시민들이 사지고 있는 대립적인 도덕적 혹은 종교적 확신과 무관하게 중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또 그렇게 정당화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정의와 좋음에 대한 생각, 즉 정의의 원칙이 갖는 도덕적 힘이 특정 공동체 혹은 전통에서 형성되거나 거기서 폭넓게 공유된 가치에서 나온다는 공동체주의에 반대한다. 그런 생각을 따르면 정의란 공동체가 받아들일 때에만 정의로 성립되거나 혹은 공동체 전통에 함축되어 있으나 실현되지 않은 이상에 호소할 때 정의로 옹호할 수 있게 돈다. 샌델 교수는 정의 및 권리의 원칙의 정당화가 그 원칙이 기여하는 목적의 도덕적 중요성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 목적을 실질적으로 도덕적 관점에서 판단함으로써 정의를 이루고 권리를 옹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샌델 교수에게 개인은 공동체와 끊을 수 없는 연고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개인은 공동체와 전통이 주는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으며, 나아가 그에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것이 필요한 존재이다. 이를 설명하는 근거가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 혹은 서사적 존재라는 주장이다. 개인은 공동체가 역사적으로 이루어 온 것에 대해 부담을 지고 있다. 이는 다른말로 우리가 하는 선택이 역사적으로 완전히 중립적일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존재는 가치와 역사, 전통 등으로 이미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런 것으로부터 완전히 부담을 덜어버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예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선이 권리에 앞선다'는 말이 '앞서야 한다'는 당위로서가 아니라, '앞선다'라는 사실 언어도 표현되었다. 이것이 인간관과 관련하여 샌델과 같은 자유적 공동체주의자가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보편적 가치에 옹호하면서도 '권리가 선에 앞선다'는 주장에 입각하여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판단적 태도록 접근하는 이유다.
3. 샌델 교수가 선 관념의 중요성을 말할 대, 거기에는 반드시 전통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다. 공동체가 공유하는 좋음에 대한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가치 판단을 통해 수용할 수 없는 점들은 반드시 비판을 받아야 한다. 비판적 검토를 거치지 않는 선관념 혹은 전통은 수용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의 기준이 자유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순전히 절차적으로 규정된다거나 혹은 어떤 일정한 원칙에 입각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자유주의에서 주장하는 방식으로 설정된 인권 개념은 특정 문화와 전통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정치 영역으로 옮겨서 생각하면 자유주의에서 말하는 공적 이성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는 샌델 교수의 주장으로 이러지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정치적 담론은 그런 담론에 참여하는 이들의 도덕적,종교적 정체성과 분리되어 이루어질 수도 없고 그런 한에서 분리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4. 샌델 교수는 정치가 절차적 민주주의만으로는 좋은 정치에 도달할 수 없고 정치적 숙고를 통해 공동선에 대한 실질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동선을 산출하게 될 판단을 위해서는 공동으로 처한 상황에 대한 시민의 참여가 필요한데 시민에게는 올바른 판단을 하려는 태도와 기본 소양이 필요하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바로 이런 소양을 함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좋은 정치를 위해서는 민주적 절차와 선거권뿐만 아니라 소양을 갖춘 시민의 존재, 그리고 민주적 공공문화 형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줄곧 우리에게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이 입장을 수립하라고 요구한다. 우리에게는 철학적인 원리, 특수한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과 관점에 대한 고려, 이 세가지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것이 필요한 셈이다. 토론과 고민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고 이를 통해 내 입장의 장점과 한계를 인식하게 되며, 또 우리처럼 장점과 한계를 가진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며 그들과 어울려 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노력을 하는 시민들에게 결정적이 도움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