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에 관한 가장 흔한 정의는 창문이나 액자의 틀 혹은 안경테다. 모두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프레임은 뚜렷한 경계 없이 펼쳐진 대상들 중에서 특정 장면이나 대상을 하나의 독립된 실체로 골라내는 기능을 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 중 어느 곳을 찍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사각 프레임을 만들어서 여기저기 대보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동일한 풍경을 보고도 사람들마다 찍어낸 사진이 다른 이유는 그들이 사용한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도 기준틀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 역시 세상을 관찰하는 데 사용되는 특정한 관점을 의미한다. 정확히는 어떤 물체의 위치와 운동을 표현하는 좌표를 뜻한다. 어떤 일을 의미 중심의 상위 수준으로 프레임하는지, 절차 중심의 하위 수준으로 프레임하는 지는 그 일을 하는 타이밍에 의해 결정된다.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결심을 하는 순간에는 상위 수준으로 생각하다가 막상 실천을 시작하고 보면 어느새 하위 수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것이 평균적인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런데 왜 평균만 되려고 하는가.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일도 늘 상위 수준으로 프레임해야 한다. 일상적인 행위 하나하나를 마치 그것을 먼 미래에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의미 중심으로 프레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어떤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당신은 앞으로 10년 후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고 묻는 것은 지혜로운 물음이 아니다. 왜냐하면 10년 후와 같은 먼 미래의 일에 대해서는 누구나 의미 중심의 이상적인 생활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10년 후 쯤엔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니고 주말에는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때론 나보다 못한 이웃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겠죠라고 답한다. 그러나 자녀의 배우자감이 어떤 사람인지 혹은 신입사원이 어떤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당장 내일을 어떻게 살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막연한 먼 미래가 아닌 내일 당장의 삶을 의미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배우자감이고 회사의 인재인 것이다. 사람들에게 오래된 과거를 회상하게 하면 대부분 그 시절에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회한을 떠올린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점, 교양서적을 많이 읽지 않은 점,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은 점, 더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지 못한 점 등 온통 과거에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 일색이다. 그 이유는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보다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를 더 많이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들어가면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보다는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행복과 성공은 접근 프레임을 가진 사람의 몫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했다는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은 접근 프레임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자기 방어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 밖의 세상을 향해 접근하라.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새로운 일을 접했을 때 늘 접근의 프레임을 견지하라. 그것이 두려울 땐 기억하라. 접근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안주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 사람들은 현재를 준비기라고 프레임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즐기고 만끽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참고 견뎌야 하는 대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부모는 중간시험을 잘 보고 집에 온 초등학생 자녀에게 맘껏 칭찬을 해주기보다는 기말시험이 더 중요하다며 미래에 대한 부담을 준다. 자녀가 기말시험을 잘 보고 오면 이번에는 중학교 때 잘하는 게 진짜 실력이야라고 말한다. 아이는 물론 부모 스스로도 지금 당장 마땅히 누려야 할 기쁨과 즐거움을 포기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수능시험을 잘 치르고 나면 이번에는 또다시 대학에 가서 잘하는 게 진짜라며 한술 더 뜬다. 대학은 직장생활을 위해 희생되고, 직장생활은 노후 대책을 마련하느라 희생된다. 노후는 다시 자녀를 위해 손자손녀를 위해 희생된다. 인생의 전 과정이 이런식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