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던중,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 무척 궁금하던 차에 본 책을 접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TV를 통해 보는 것은 잠깐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책을 통해 보게 되면 그런 염려는 덜어도 된다. 더군다나 TV보다 더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어 내용이 더욱 풍부한 것 같다.
벌거벗은 세계사 경제편은 메디치가문, 영국 노예무역, 오스만제국, 기축통화, 산업혁명, 경제도시 상하이 석유 패권 전쟁, 아메리칸 마피아, 마약 카르텔, 일본버블 경제 등 총 10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은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하고픈 대목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역사상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이자 막대한 돈과 권력으로 중세 이탈리아를 뒤흔들었던 메디치 가문. 보잘 것 없었던 평민 가문이 피렌체에서 자리 잡고 본격적으로 사업 활동을 펼친 것은 14세기 중엽이었다. 피렌체에 살던 조반니 데 메디치는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청년에 불과했다. 그는 25세가 되년 해에 은행업으로 돈을 벌겠다고 은행업을 시작하게 된다. 로마에서 친척이 운영하는 은행의 직원으로 취업해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조반니는 약10년간 로마의 은행에서 일하며 교황청으로 흐르는 거대한 돈의 흐름을 파악했다. 친척이 운영하던 로마의 은행을 인수한 뒤 피렌체로 돌아와 동업자들과 새로운 은행을 세웠다. 메디치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피렌체 최고의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교황청의 전담은행이 되어야 했다. 그 당시에는 이미 베르티라는 은행이 교황청 전담은행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발다사레코사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교황이 되고 싶다며 활동자금으로 100억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다른 은행이라면 단칼에 거절했을 것을 조반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빌려줬다. 그는 8년후 교황에 선출되었다. 조반니는 메디치 은행의 운명을 건 도박에 성공한 것이다. 조반니의 뒤를 이은 후계자는 그의 장남인 코시모 데 메디치이다. 30대 초반에 무려 1,8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코시모는 돈을 기가 막히게 잘 벌었던 천재 사업가였다. 메디치 가문은 코시모를 통해 엄청난 재산을 쌓으며 15세기 피렌체 최고의 가문으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가문의 위세가 정점에 이른 시기, 한 인물이 등장하며 메디치 가문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되는 명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그 주인공은 코시모의 손자인 로렌초 데 메디치이다. 로렌초는 20세의 어린 나이에 거대한 가문을 이끄는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메디치 가문은 금융업과 무역업으로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예술과 학문에 투자했다. 그 당시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와 학문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즉 르네상스의 시대이다. 새로운 바람이 불자 메디치 가문도 예술과 학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메디치 가문이 조반니부터 로렌초까지의 돈 버는 과정을 보면 정의롭지 않기도 하고 운이 많이 따르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존경할 만한 가문은 아닌 것이었다. 그러나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는 인정을 할 수 밖에 없지만, 돈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초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는 로렌초의 친구였던 보티첼리였다. 로렌초의 후원은 음악분야에서도 이어졌다. 15세기 유럽 최고의 작곡가로 평가받는 기욤 뒤파이도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노래를 만들었다. 메디치 궁전의 음악가였던 마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는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아 피아노를 발명했다. 메디치 가문의 정치적 의도 속에 르네상스가 꽃피웠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메디치 가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통해 역사 속 인물과 사건에 보다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다양한 면을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이때 역사는 보다 현실감 있게 우리에게 다가 올 것이다. 동시에 역사를 향한 진정한 배움도 있었다.
다음으로 벌거벗은 영국 노예무역을 통해서는 누군가에게는 달콤했지만 다른 이에게는 쓰디쓴 악몽이었던 설탕이라는 것이 비극의 역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오스만제국을 통해 우리는 커피를 유럽이나 미국의 문화로 받아들였지만, 커피를 세계에 퍼뜨린 것은 오스만 제국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우리의 시선은 치우쳐 있을 때가 많은 것 같아. 잘못된 시선으로 한쪽의 역사만을 보면 전체를 놓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고르지 못하게 된다. 새로운 역사를 발견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를 다시 조명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인 것 같아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