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술을 놓고 단순히 '아름답다'고 느낄 때 조차도 사실은 그것보다는 더욱 근본적인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아름다운 정원을 그린 모네의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낌과 동시에 그것을 기록하고 싶어진다. 사진을 찍는다던가, 미술관 기념품가게에 가서 그림이 새겨진 기념물을 구입한다던가 하는 행위를 한다. 이는 단순히 그것이 '좋아서' 라는 차원을 넘어 그 아름다움을 내 삶으로 끌고 가져와 '소유'함으로써 삶에 그것을 적용하고 싶은 욕구에 기바한 것이다. 혹은 그 작품을 통해서 타인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알려지고 싶은 욕구가 기저에 있다고 한다. 이는 사람들이 왜 각기 다른 예술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설명이 될 수도 있다. 서로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알리고 싶은 내 모습이 다르니 좋아하는 예술 작품도 달라지는 것이다.
알랭드보통은 또한 러스킨의 말을 빌려 여행과 그것의 기록에 대한 충고도 전한다. 우리는 흔히 여행할 때 수십장(또는 수백, 수천장)의 사진을 찍음으로써 여행지에서의 나를 붙잡아두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는 간단한 방법 대신, 그것들을 감상하고 묘사하는 글을 쓰거나 데셍을 함으로써 더욱 '확실하게' 우리의 기억으로, 삶 속으로 그것들을 소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여행지를 가서 데셍을 해본 적은 없지만 얼마전 <알렉스카츠 전>을 보고 빨간 머리에 감명을 받은 내가 그것에 직접 색을 칠해봄으로호써 '그리는 행위'가 얼마나 더 나의 속으로 체화되는지 경험했다. 그리는 행위나 글로 묘사하는 일은 우리의 감상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어 우리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또한 눈으로 빠르게 훑어볼 때와 다르게 그것들의 구석구석까지 들여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