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는 한국어로 사실충실성으로 번역이 된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당행 신입연수에서 였다. 신입 연수원에서 당시 룸메이트였던 친구가 본 책을 읽고 있었다. 취업준비(?)로 바쁘게 살아온 터라 책과 멀리하였는데, 동기들은 저런 책을 읽는구나 싶었다.
제목만보고 처음에는 어떤 저널리즘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우리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각종 분야에 대하여 진실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책의 내용은 두번째와 더 가까웠다.
한스 로슬링은 보건학 교수이다. 책은 어떤 퀴즈를 내면서 시작된다. 세계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의 수라든지, 영아사망률 등에 대한 질문이다. 문제는 4지선다형 내지 3지선다형이다. 즉 찍었을 때 그 문제를 맞출확률이 25%나 33%는 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체계적으로 현실을 왜곡하여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심한 경우에는 소위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의 오답률이 더 높게 나왔다.
이에 대하여 한스 로슬링은 그 원인을 추적한다. 처음으로 제시한 것은 그 지식이 매우 낡았다는 것이다. 세계는 10년 20년이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도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나 <침묵의 봄>같은 책들이 유행했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 읽은 낡은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이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극적인 변화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이다.
책을 읽다보면,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인간상을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합리적인 인간상을 가정하고 이론을 전개한다. 하지만 최근의 행동경제학에서는 비합리적인 인간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알지 못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지 못한다. 따라서 결국 제한된 합리성을 갖게 되는 것인데,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뉴스같은 것을 접하며, 세상이 굉장히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는 잘못을 범한다. 마치 이불밖은 위험해라는 유행어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위험한 곳이 아니다. 비행기 사고는 매년 크게 줄고 있고, 영아 사망률도 매해 최저로 떨어지고 있다. 자연 재해로 인한 사망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휴리스틱, 이용가능성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통계를 바탕으로 하는 사고를 한다기 보다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예시를 바탕으로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물론 통계의 오류도 지적하고 있다. 평균은 많은 정보를 준다. 하지만, 때로는 두 집단간의 평균의 단순한 비교가 편견을 낳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로 사람들의 잘못된 오류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때 설명이 되는 것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수학성적이다. 두 집단간의 성적평균은 남학생이 매년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남자는 수학을 잘하고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는 결론에 닿게 된다. 하지만 두 집단의 수학성적 분포를 그림으로 그리게 되면 남자의 성적 분포가 여자보다 소폭 높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분포가 겹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범주화를 시키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세상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하여 한눈에 파악하기 힘드므로, 집단마다 어떤 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잘못되면 편견이 되는 것이고, 편견이 크면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밖에도 책은 보건학을 다루고 있지만, 중요한 개념들은 경제학에서 많이 가져오고 있다. 경제학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학문이라는 것을 방증하듯 말이다. 또 한가지는 국가간 비교에서 총량과 그것을 인구로 나눴을 때의 비율이다. 최근 기후변화 문제에서 서양의 선진국들은 중국과 인도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에 주목을 하며, 그들을 비난하였다. 이에 인도의 대표는 "서양이 과거에 배출한 누적된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하지만, 현재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국가별 총량이 아닌 1인당 배출량으로 비교하여야 된다"라고 한다. 국가간 소득수준도 GDP가 아닌 1인당 GDP를 비교하는 것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