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진화가 1994년 출간된 이래 인간 짝짓기에 대한 새로운 연구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수십년간 주류 심리학에서 외면받아 온 이 짝짓기라는 문제가 응당 받았어야 할 주목을 비로소 끌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진화 과정의 핵심 동력인 번식에 이보다 더 직결된 것도 없다. 작짓기에 실패한 사람은 우리의 조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므로 오늘날 생존하는 모든 사람들은 수백만년 동안 끊이지 않고 성공적인 짝짓기를 거듭해 온 기나긴 대열의 끝자락에 자리하는 셈이다. 만약 우리의 직계 조상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라도 짝짓기에 따르는 험난한 장애들을 뛰어넘지 못했다면 현지의 우리는 이토록 경이로운 사실을 감탄할 수 도 없었을 것이다. 짝짓기를 담당하는 우리 안의 마음은 진화가 낳은 행운의 산물이다. 욕망의 진화 초판은 주로 호의적인 찬사들을 받았지만 일부 감정 섞인 질책도 있었다. 이런 예민한 반응은 아마도 그만큼 이 주제가 중요함을 시사하리라. 인간은 자신의 사적 영역에 깊숙이 연관되는 주제를 놓고 냉철한 지적 논의를 벌이는 일에는 그리 잘 설계되지 않은 것 같다.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어떤 독자는 그 속에 담길 지식이 대중에게 전해져서는 안된다고 나를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어떤 독자들은 짝짓기 전략에 성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길 거부했다. 오랜 세월 동안 사회과학을 지배해 온 교의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의 성 심리는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성차를 입증하는 수많은 과학적 증거들을 마지못해 인정하기는 했지만 성차에 진화적 기원이 있다는 설명은 끝내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이 모든 싸늘한 시선들이 지금은 상당 부분 잦아들었다는 사실이, 물론 완전히 없어진것은 아니지만, 무척 반갑게 느껴진다. 작짓기 연구는 이제 완연히 주류로 대접받고 있으며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욕망의 진화 초판이 인간 짝짓기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데 일부 기여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가진 지식이 아직 일천하다는 점도 드러내 주었다. '여성의 은밀한 성 전략'은 여성의 오르가슴이 지닌 잠재적인 기능에 대한 새로운 이론 및 연구들에서 시작해서 왜 여성이 혼외정사를 하는지 다루고 있다. 이 두가지 문제는 예전의 이론가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후반부에서는 월경주기가 여성의 성 전략에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남성이 여성의 배란시기를 알아차릴 수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성의 성 전략에서 발견되는 이 흥미로운 문제들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될 당시에는 거의 탐구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 이들을 다루려면 오롯이 한장을 할애해야 한다. 낭성과 여성은 그냥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은 초판에서는 간략하게 언급하고 넘어갔었다. 개정판에서는 최근의 연구 성과들을 통해 보다 깊숙한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자연과 인간이 서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이 있고, 우리 역시 타락한 서구 문화의 폐해만 없다면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우린 아직가지 떨쳐 버리지 못했다. 남녀가 서로 만나 사랑하는 행위는 참으로 기쁘고 즐거울 뿐 아니라 일상의 대화를 풍성하게 하지만, 그만큼 우리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사의 여러 단면들 가운데 문화를 초월해서 이보다 더 우리로 하여금 열띤 격론을 벌이게 하고 법율을 제정케하며 정교한 예식을 행하게 하는 요인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짝짓기는 이해하기 힘든 점 투성이다. 냄녀는 때때로 자기 자신을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상대를 배우자로 택하기도 한다. 이성에게 접근하려는 노력은 종종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부부 사이에도 갈등이 불거져 나와 서로 비난하고 상처받는 악순환으로 치닫는다.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혼인 서약과 엄청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부부의 절반이 이혼을 겪는다. 아픔, 배신, 그리고 상실감은 흔히 사랑에 대해 품는 낭만과 크게 배치된다. 우리는 진정하나 사랑을 믿으라고 오직 한사람을 꼭 찾으라고 교육받았다. 일단 내 사랑을 찾기만 하면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고 그 후 영원히 행복하게 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