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란 내게는 너무 어려운 과목이었다. 문과를 전공하다보니 수학, 과학은 힘든 과목이란 생각이었고, 과학 책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를 보다보니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교수들이 많이 있었고, 그중에 관심을 끈 분이 김상욱 교수였다. 과학을 알기쉽게 셜명해줬고, 과학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해줬다.
지난 달에는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을 읽었다. 2018년에 나온 책이지만 여전히 인기가 있는 책이었고, 물리라는 언어를 통해 세계와 우리 존재를 바라보는 다른 눈을 뜨게 해준 책이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떠올릴 법한 제목이다. '하늘'은 우주의 법칙, '바람'은 시공간의 운동,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다가오기에 이에 인간을 더하여 물리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물리학자로서 세상, 생명, 인간을 이해하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란 질문에 답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세상에 대한 세부지식을 총망라해서 설명하는 책이 아닌, 물리학자로서 세상을 이해해나가는 사고의 과정을 담았다.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려는 이 책의 여정은 당연히 '원자'로 시작한다. '원자'라는 개념 발상부터 원소의 발견, 태양계, 지구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대표 원소들의 특징, 원자-원소 간의 결합방식을 소개하고, 지구를 구성하는 만물이 왜 그러한 형태로 존재하고 상호작용하는지 물리학-힘과 에너지-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학교에서 물리, 화학, 지구과학을 각기 별개의 체계로 공부한다면, 이 책에선 '원자의 어떤 특성이 그 다음 단계로 가는데 중요한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학문과 학문이 연결되어있다.
저자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우주에서 자신을 보존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생물은 호흡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연쇄화학 기계'라고, '물리적으로 봤을 때 생명과 관련한 대부분의 현상은 전자기력과 관련된다'고 설명한다. '생명'을 이야기할 때 '진화'보단 '보존'을, '유전자'보단 '에너지'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관점이 신선했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창발'이다. 세상은 기본 입자에서 원자, 분자, 지구, 태양, 우주로 이어지는 다양한 층위로 구성된다. 원자는 이 층위를 넘나들 떄마다 창발된 특징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각 층위의 개별 특성을 알고 이웃한 층위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고, 전체를 조망할 때만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원자로 시작해 분자, 물질, 생명, 인간으로 나아가는 점층적 구성도 좋았고, 중간중간에 삽입된 에세이도 쉼터처럼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또 물리학자의 시각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애정어린 눈빛을 보이는 것이 인상깊었다. 이 넓고 다양한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을 넘어서서 각 층위의 모든 것들을 총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도 와닿았다. 신. 죽음, 사랑과 같이 과학과 멀어보이는 부분들도 다시 짚어보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니 솔직하고 진솔하다. 세상 모든 존재의 가치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하고 싶다는 걸로 받아들여진다.
과학은 무조건 어렵다는 생각으로 아예 제쳐두었던 사람들, 관심은 있지만 읽다보면 어려워서 책을 던져버렸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물론 이 책이 쉬운 건 아니지만 어려운 부분은 과감하게 넘어가고 이해가 되는 내용들만 읽어봐도 참 좋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교양서적으로 이 책을 읽는다지만, 나는 교양이라기보다는 이 세상의 근원과 원리와 이치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물리학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이 책을 썼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모든 것을 물리학으로 설명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서로 다른 분야로 한 발짝씩 내딛으며 학문간의 연결고리를 쥐어주고 세상을 이해하는 인식체계의 틀을 촘촘하게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게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