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나 표제부를 보고 처음 예상한 거는 홈스쿨을 통해 공교육을 받지 않은 자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공교육을 접하고 지식이 넓어지면서 깨닫는 것들에 관한 단순한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는 순간부터 너무나도 큰 놀라움이 연속되었다. 아버지의 왜곡된 신앙으로 인한 모든 자녀의 공교육 거부, 출생등록조차 하지 않고 자급자족을 하며 생활하고, 세상의 종말이 곧 다가온다는 신념으로 교육도 시키지 않고 방치보다 더 가혹한 노동, 환경에 서 16년동안 살아온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의 딸보다 불과 10살 많은 젊은 여성의 이야기이고 가장 선진국인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일곱형제중 네명은 아예 출생증명서가 없었고 3명 또한 공교육을 받고있다고 다 중단하고 산속으로 들어와서 고립되어 살고있는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국 아이다호에서 7남내중 막내딸로 태어나 본인과 가족이 겪었던 일들과 세상을 나오며 자신이 변화하는 과정을 얘기하고 있다. 가족은 굉장히 보수적이었고, 신앙의 신념에 사로잡혀 있어서 병원을 가지 않고 정부와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공적인 모든 것들을 사회주의라고 믿으며 혐오하고 짧은 치마를 입거나 화장하는 것을 불순하게 여기며 ‘창녀’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래서 저자는 조금이라도 몸이 노출되는 옷을 입으면 본인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머니도 아버지 영향을 받아 병원을 가지 않고 가족들이 다치면 각족 약초나 오일로 자연치료만을 고집하게 되었다. 죽음에 이를정도의 끔찍한 사고들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가장 심한 사고로는 아버지가 폭발사고로 폐가 망가졌을 정도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아버지의 극구한 반대에 부딪혀 약초와 오일로 치료를 한다.
어린 타라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오빠 중 하나가 숀. 숀은 아버지와 불화로 집을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버지의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것을 그대로 닮아있다. 타라의 순수함에 좋은 친구로 지냈었지만 타라가 성장하면서 세상에 물들어가고 자신과 멀어지는 것을 느낀 숀은 타라에게 가학적이고 폭력적으로 대한다. 다혈질의 성격인 숀은 타라의 팔을 꺾어 자신에게 사과할 때까지 변기에 얼굴을 박게 하기도 한다. 이런 가정환경 속에서 타라는 오빠 타일러의 도움을 받아 두 해에 걸쳐 우여곡절 끝에 대입자격시험(ACT)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대학에서 역사,인권,철학 등을 배우며 자신이 살았던 과거의 경험들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새로운 자아를 마주하게 된다. 타라는 이것을 ‘educated’라고 표현한다.
이 책의 시작에는 두 명의 명언이 적혀있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울프와 존 듀이다.
‘과거가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경험을 하는 순간에 생기는 감정은 잘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확장된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현재가 아니라 오직 과거에 대해서만 완성된 감정을 지니게 된다’
(버지니아울프)
‘마지막으로 나는 교육이 끊임없이 경험을 재구성해 가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교육의 목적과 과정은 동일한 것이다’ (존 듀이)
저자가 말한 배움은 경험의 재구성을 말한 것이다 타라의 경험들은 과거에는 잘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감정을 확장됐고 경험의 재구성을 통해 완성된 과거의 감정을 갖게되는 것이다.
타라는 바깥 세계사에서 새로운 진리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끄집어 내려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타라가 죄를 짓고 있으며 타라에게 비난과 질타를 가한다. 심지어 오빠 숀은 타라를 죽이겠다며 협박까지 한다. 동굴 속의 어둠에 익숙한 가족들이기에 아무리 바깥세계의 경험을 알려줘도 그들에게그림자는 그들이 생각하는 실제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책이 그림자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타라의 가족사와 성장기는 그림자일 뿐이고 진리를 아는 글쓴이는 자신의 일생 속에 진리를 숨겨놓은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강한 신념이 얼마나 사람을 철저하게 고립시킬 수 있는지 타라의 아버지를 통해 알았는가 하면,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껍질을 배움을 통해 벗겨낼 수 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 넓은 세상을 배움을 통해 알고 싶은 작은 욕심도 품게 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