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20년 가까이 시청했던 ‘전원일기’를 통해 너무도 가까이 자주 보아왔던 김혜자 배우. 배우로만 작품에서 보다가 연예프로그램에서 몇 번 평소의 모습을 엿볼 기회가 있었는데 천진하기가 이를데없고 소녀다움에 피식 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보다가 김혜자의 책을 골랐다. 제목도 맘에 들었다. 간단명료 ‘생에 감사해’ 나의 평소 생각과도 일치하기도 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거같아서 읽게 되었다.
전원일기 말고 김혜자의 작품으로 생각나는거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있다.
‘마더’ 속 엄마는 삶이 불안한 여자다. 시골 읍내으 작은 약재상을 운영하면서 어찌어찌 알게 된 무면허 침술 치료를 가끔씩 하며 생계를 꾸린다. 그녀에게는 단둘이 살아가는 아들 도준이 있다. 스물여덟 살임에도 제 앞가림을 못한다. 바보라는 말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지능이 조금 모자라는 아들이지만 엄마에게는 세상의 전부이다.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는 도준에게서 엄마는 불안한 눈을 떼지 못한다. 엄마는 잘 때도 도준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양말도 벗지 않은 채 부동자세로 누워있다. 어디선가 도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뛰어나가기 위해서이다. 어느 날, 한 여고생이 머리에ㅐ 돌을 맞은 상태로 살해당하고 온 동네가 뒤집힌다. 난데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도준에게는 단기기억 상실증이 있었기에 그날 밤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경찰은 어리숙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도준을 용의자로 체포해 반 강제로 자백을 받아낸다. 업슨 돈에 선임한 변호사는 돈만 밝히고 뇌물 아닌 뇌불로 약초를 받아 채간다. 엄마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한없이 착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도준이 살인을 저지를 리 없다. 그래서 아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동물 같은 본능으로 비틀린 모성애를 발휘한다. 믿을 사람 하나 없이 세상과 싸우며 진짜 범인을 찾아나선다. 도준의 혐의가 굳어져 갈수록 엄마 또한 섬뜩한 광기가 커져만 간다. 결국 그녀는 또다른 희생자를 만든다. 무제한의 사랑에서 오는 광기이다. 긴장과 불안이 쌓이고 작두로 약재를 설컹설컹 자르는 장면부터 신경을 갉는 분위기가 흐른다. (‘매번 처음사는 인생으로 살았다’ 본문 중)
봉준호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작품이고 김혜자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고 5년간 개인적으로 연락하며 마더의 엄마역할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다.
저자는 또 말한다.
나는 할줄 아는게 연기밖에 없으니까 할 뿐입니다. 이것이 가장 좋고 언제가 가슴이 뛰니까. 나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대사를 백 번도 더 읽습니다. 어제 할 때는 몰랐는데 오늘 알아지면 어떤 금은보화를 발견한 것보다 기쁩니다. 그 기쁨을 내가 멀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기쁨은 누가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자기 인생에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이라면 이 말을 다 알아들을 것입이다.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죽기 살기로 하면 그 뒤는 신이 책임져 주시리라 믿었습니다. 모든 작품이 나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마음으로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나 자신을 진실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연기는 직업이 아니라 삶이며 모든 것입니다. ‘이만큼 하면 됐다’거나 ‘이정도면 성공했다’라고 멈춰서는 안됩니다.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을 품고서 해야 합니다. ‘안나 카레리나’의 마지막 문장을 대사처럼 외웁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인생은 매 순간순간이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본문 중)
김혜자 배우는 작품을 선택할 때는 비록 현실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더라도 그 사이에서 바늘귀만 한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연기를 하는동안 살아있음을 느꼈고, 동시에 보는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다. 1966년 제2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분 신인연기상을 시작으로 MBC연기대상,KBS연기대상, 마닐라 국제영화제, 부일영화상, LA비평가협회상 등에서 수차례 수상했으며,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 4차례, 여자최우수연기상 4차례를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