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익숙한 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크라테스에 대해 재미있게 알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철학이라는 무겁고 재미없는 소재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베스트셀러인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아, 이 정도는 한번 읽어볼만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예상에 부합하듯 이 책은 소크라테스에 대해 그리고 철학 전반에 대해 전혀 무겁지 않게, 마치 대화하듯, 옆에서 이야기해주듯 시종일관 쉬운 말과 표현으로 책읽기를 중단하지 않게 나를 도와주었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70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399년에 사망한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로, 그 당시로서는 나름 장수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직접 남긴 저서가 전혀 없다는게 특이하면서도 아쉬운 점이다. 다행히도 그의 제자나 지인인 플라톤, 크세노폰, 아리스토파네스 등에 의해 그의 삶과 사상을 조금이라고 엿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석공인 아버지와 산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석공이 본업이었던 소크라테스는 외모가 매우 못생겼었다고 하며 외보가 중요했던 아테네에서 본인의 못난 외모로 인해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못난 외모에 신발도 신지않고 누더기같은 옷을 걸치고 시장을 오갔다고 하니 그의 철학적인 면모와 별개로 외적으로 꽤나 별종으로 보였을 인물이다.
잔치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고도 하나도 취하지 않고 가장 늦게까지 토론을 했고, 전투에 참가했을때도 배고픔이나 추위, 더위에도 동요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의 외모와 강한 멘탈, 비범함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을 것 같고, 이런 이유에서 그의 철학적 소양이 유명세를 타기도 쉬었을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직접 그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소크라테스의 생각이 정확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힘들어 보인다, 다만 그가 철학활동을 하는 주요 수단이 대화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가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항상 본질에 접근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크라테스의 질문은 상대를 심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하나씩 검토를 하게 해주는 과정과 같아 보인다. 상대방은 소크라테스와 대화 하면서, 소크라테스의 질문에 답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에 오류를 찾게 되고 한편으론 진정한 의미를 찾기도 한다. 소크라테스는 답변을 제시해 주시는 않지만 상대방이 스스로 답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오히려 사람에게 더 이득이 되는 철학적 가르침을 선사한다. 나는 소크라테스의 이런면이 가장 존경스럽다.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가 성찰하면서 답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것. 이것이 진정한 철학자가 아닐까?
당시 델포이 신전에서 무녀가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신탁을 받았을 때, 당사자인 소크라테스 자신은 그 신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똑똑하다고 소문난 무수한 사람을 만나 정말 본인이 더 현명한가에 대해 시험하고 본인이 정말 가장 현명하다는 결론을 내린 일화는 요즘 내가 겪고 있는 세상에 딱 들어맞는 것 같다. 똑똑하다고 정평이 나있는 사람은 자신의 무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세상에 모든것을 다 아는 사람이 어디있는가) 자신이 알고 있는것이 전부라는 생각에 자신이 가장 많이 알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편견에 갇혀 있었다. 나는 여기서 크게 공감했다.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오만함 또한 무지라는 것을.
세상을 살다보면 콧대가 한 없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지 자신이 모르는 것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관심을 떠나 아예 모르는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떳떳함과 잘못된 자부심이 그 사람들이 진정 현명한 사람인것처럼 포장한다.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을 볼때마다 소크라테스와 정확히 같은 생각을 한다. '그래, 모르는게 있다는 걸 아는 내가 더 낫다'
현대의 철학자중에도 소크라테스와 같은 철학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유튜브를 통해 철학을 전파하고 SNS를 통해 대화 하면서 많을 사람에게 진리를 일깨워줄 그런 철학자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