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업적, 개그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하는 훌륭한 과학만화였다.
서울대 공대생이 직접 구상하고 글과 그림까지 혼자 그린 책이며 복학 직전에 서울대 커뮤니티 사이트 '스누라이프'에 트랜지스터의 발명자에 대한 에피소드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여러 사이트에 연재하며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명 과학자부터 조금은 생소한 과학자까지, 미적분부터 ai까지 과학사의 중요한 인물과 사건을 기계적으로 나열하기보다 원리와 의미를 짧고 깔끔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센스가 돋보인다.
어렸을때 과학만화를 펼쳐본 경험이 있다면 만화라고 해서 다 재밌지는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얀 가운을 입은 박사님과ㅏ 남자애가 커다란 말풍선에 과학 용어를 잔뜩 욱여넣은 대화를 핑퐁처럼 주고받다 끝나는 만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뒤 소설과 에세이만 읽다가 너무 편향된 독서를 하는것같아 있어 보이는 과학 교양서를 펼쳤다가 몇장 읽지도 못하고 그대로 반납한 경험도 있다. 이정도는 다들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온갖 전문용어를 쏟아내는 교양서들과는 달리 야밤의 공대생 만화는 재미와 과학 둘다 놓치지 않는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노잼 과학만화로 트라우마을 생성시켜 과알못의 길을 걷게 하지 않기위해 서울대 공대생이 직접 구상하고 글과 그림까지 혼자 그린 만화는 트랜지스터의 발명자에 대한 에피소드로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만화인 척 하는 책도, 교양서인 척하는 책도 아닌 진짜 과학만화책이다.
뉴턴과 빌 게이츠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뉴턴이 미적분의 원조자리를 놓고 라이프니츠와 키보드 배틀을 한 이야기나 화폐위조버을 잡으러 다닌 이야기, 빌게이츠가 법학을 공부하려다가 수학 수업을 듣고 세계적인 난제를 풀어낸 이야기는 들어본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유명 과학자들의 생애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과 반전으로 엮어내 끝까지 읽도록 만드는 힘이있다. 업적을 시시콜콜 나열하거나 무리해서 어려운 과학을 설명해서 이해시키려 하는것이 아닌 원리와 의미를 짧고 깔끔하게 설명하면서도 재미있게 핵심을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으로 묶으면서 추가된 채팅 인터뷰도 재밌는 부분이었다. 조선왕조실톡과 유사한 형태로 보였는데, 일반적인 학습만화에서 배경설명이나 추가 정보를 담은 글이담긴 페이지들이 지루한 설명문을 빽빽하게 넣어서 독자들에게 외면당하는 과 달리, 작가 특유의 개그와 정보를절묘하게 이어붙인 인터뷰는 만화에서 미처 다 담지 못한 정보를 알기 쉽게 대화체로 녹여냈을 뿐만 아니라 만화와도 또 다른 재미를 담고있다.
또한 각 컷에 페이스북 독자들이 달아준 댓글 가운데 재미있고 공감 가며 유익한 댓글을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선정해 만화 옆에 실어서 연재때 다른 독자들과 같이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문과와 이과를 막론하고 이사람이 이런 일을 했었어? 이런 말을 했었어? 하며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텔링 콘텐츠이다. 미국의 공대 교수부터 한국의 중학생까지 함께 보고 웃고 즐길수 있는 만화,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기전에 학습 자료로 보여줄 수 있는 만화인 좋았다. 잘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과학자의 ㅡㄱ징을 잘 집어놓고 대중들이 알만한 장면 패러디를 적절한 장소에 맞게 유쾌하게 풀어내는 유머가 넘쳤다. 아록있는 것을 ㅇㄸ것 같다.
어디서 들어본것 같은 유명한 학자지만 그사람이 실제로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도 잘 모르고, 남긴 업적 외에 사적으로 성격은 어땠는지, 개인사에대해서는 더더욱 알 수 가 없었는데 여러방면으로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잘 알 수 있어서 흥미진진했다.
은둔형 수학자가 난제인 방정식을 풀기 위해 매달리는데, 동료들과 함께하지 않고 혼자 하는 바람에 40살이 넘어 해답을 증명해내서 수학계의 노벨상은 필즈상은 만 40세까지의 학자들에게 수여되는데 이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이 수학자는 특별상을 수상하는데 그치고 말아서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갈때 더 빨리갈수 있다는게 실감되었다.
만화도 재밌었지만 작가의 입담과 유명한 광고나 그때그때 유행하는 패러디들을 적재적소에 맞게 잘 녹여내는 센스와 재치가 넘쳤다. 알고있는 것을 어떻게 재미있게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인데, 작가는 이미 그 일을 잘 해내는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