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가 된지 오래되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된 [달러구트 꿈 백화점] 1권입니다. 장편소설이지만 내용이 어렵지 않고 동화 같아서 앉은 자리에서 후다닥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그럼 [달러구트 꿈 백화점]
그림자가 밤새 대신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둘째처럼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첫째처럼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았어야 할 것들은 이튿날 아침이면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프롤로그 中
이 구절이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이라 생각되어 가지고 와 봤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심리학 도서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꿈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만들어낸 소설이거든요. 꿈의 이유, 꿈의 기능을 동화처럼 쉽고 따듯하게 설명해 주죠.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았어요.
사람들이 잠에 들면 잠 속 마을에 들어가게 돼요. 잠에서 깨면 자신이 그 마을에 들어갔다는 것을 잊게 되지요. 심지어 다음 잠에 들었을 때도 그 마을에서 있었던 이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해요. 그 마을은 늘 새로운 공간이 되는 거죠. 하지만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영향을 미친답니다. 잠 속 마을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품들을 팔아요. 숙면을 도와주는 음식을 팔기도 하지만, 이 소설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는 '꿈'이랍니다. 그중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가장 인기가 많아요. 질 좋은 꿈과 맞춤 꿈까지 원하는 꿈을 살 수 있어요. 대가는 꿈을 꾸고 난 후에 느끼는 '감정'이에요. 그래서 결제는 늘 후불로 이루어지고, 사람마다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요. 즉, 감정을 많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꿈이 질 좋은 꿈이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단골손님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상품의 질에 따라, 사람들의 만족도에 따라 가격이 자동으로 책정된다는 시스템이 어떻게 보면 정말 공평하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잠 속 마을에서는 이 감정을 은행에서 돈으로 환전할 수도 있고, 음료나 식품, 물건에도 섞어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되기도 한답니다. 때로는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원료에요. 잠 속 마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동력과 같은 존재이지요. 이렇게 꿈을 사고 판다는 설정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이 이 책의 내용이에요. 꿈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이야기, 꿈을 사는 손님들의 사연, 꿈을 파는 직원들의 에피소드 등이 나오는데요. 하나씩 읽어나가며 때로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용기를 얻기도 해요. 꿈이라는 존재가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역할을 한다는 작가의 믿음이 반영된 소설인 만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동안 마음속의 응어리들도 따듯하게 녹아 없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는 단편적인 미래의 조각으로 만든 예지몽이라는 상품도 판매를 해요. 하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미래를 보려고 하는 손님들에게는 판매하지 않죠. 예지몽은 그런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단편적이고 불특정한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정확하고 확실한 미래를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면 실망한 사람들에게 꿈값을 받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달러구트는 오히려 예지몽을 원하지 않는 손님을 골라 판매합니다. 그런 손님에게는 잠깐 본 미래가 큰 영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달러구트 꿈 백화점] 책에서는 악몽에 대한 고찰도 담겨 있어요. 온 힘을 다해 헤쳐 온 일들, 그 일을 다시 떠올려도 두려워하지 않고 반대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그것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이 되겠지요.
숙면과 영감에 대해 동시에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었어요.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꿈보다, 머릿속을 정리해 주는 숙면이 더 중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을 꿈을 파는 달러구트가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영감이란 어느 한순간에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고, 오랜 고민의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도 알려주죠.
저도 이 '꿈'이라는 단어를 항상 신기하게 생각했어요. 책에서도 콕 집어서 얘기해 주니 뭔가 반갑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