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1편을 읽고 2권을 함께 읽었다. 마침 이 책 내에서의 시간 차이도 그 정도여서, 이 책을 펼쳐 내용을 읽기 시작하자 마치 오랜만에 안보던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페니는 처음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하기 시작했던 1편과 달리, 어느 새 일하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1편에서는 단순히 오는 손님들에게 맞는 꿈을 선물해주는 일을 한 것과 달리, 1년 넘게 일하게 되어 처음 가본 '민원관리국'에서 맡게 된 민원들, 그 중에서도 '더이상 꿈을 찾지 않게 된 꿈 백화점의 단골손님들'이 주인공인 페니의 주 업무였다. 여러 가지의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내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것들만 간단히 모아 소개하도록 하겠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생겨 꿈에서조차 더 이상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사람이 그 첫 주인공이다. 장애가 생긴 후에도 계속해서 꿈을 꾸고 그 꿈을 통해 위안을 받았지만, 더 이상 그 꿈들 조차도 보이지 않아 절망하는 사람이었다. 이 남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신을 자기 자신이 아닌, 그냥 '평생 앞도 못보고 사는 불쌍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그러한 태도가 싫다는 감정은 나로서는 너무나 이해가 많이 갔다. 나도 한 때 같은 이유로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선을 받았던 적이 있고 그게 너무 싫었으니까. 그래서 그 에피소드가 어떻게 마무리될 지도 어느 정도는 예상이 갔다. 그런 불쌍한 시선 없이 스스로를 받아들여 주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똑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만나며 마무리되겠지. 물론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기는 했다. 하지만 그러한 공감의 대상이 자유롭게 바다를 누비는 꿈을 만든 제작자이지만 다리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는 데에서, 조금은 더 감명 깊게 읽었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인생의 여러 지점에서 번아웃이 찾아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가장 와닿았던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하여 사회에 진출한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과, 일을 열심히 하다 은퇴한 이후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잃은 사람이 나왔다. 군 입대한 직후의 내가 생각났다. 내 나이는 이제 23살로 곧 사회에 진출할, 아니 어쩌면 이미 사회의 일원일 수도 있는 나이이다. 나의 얘기를 해보자면, 나 또한 이 소설에 나온 사람처럼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군대에 입대하고 얼마 되지 않아 크게 번아웃이 왔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 무엇하겠다고 지금까지 달려왔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우울해지기만을 반복했고, 그런 내 자신이 미운 적도 많았다. 하지만 책에서 나온 남자에게 백화점의 주인인 달러구트가 말하듯 사소한 계기로 그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단지 훈련을 가서, 밤하늘을 쳐다봤을 뿐이었다. 그 날은 유성우가 내리는 날이었고, 선임과 함께 오기 전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나 하고 떠올리며 하늘을 쳐다봤는데, 마침 별 하나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때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들이 저런 별 하나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새벽 감성에 취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한지 4달이 지난 지금에도 그 생각만 하면 위로가 되는 것을 보면, 마냥 새벽 감성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기도 하고 나 또한 경험했듯, 슬럼프와 번아웃이라는 것은 어쩌면 사소한 장면이나 사건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모두가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책 시리즈의 첫 권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 1'에서는 주로 특정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사람들을 다뤘다면, 이번 책은 그냥 단순히 사회를 살아가고 버텨냄에 있어서 삶의 여유가 없어진 현대인들을 더욱 보듬어줄 수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큰 파자마 파티 축제를 열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달래고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처럼, 우리도 모두 스스로를 위한 자그마한 파자마 파티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시력만 뺏긴 게 아니라 자신다움도 함께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그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더불어 그간 늘 친절하고 상냥하다고 생각했던 동네 사람들의 '젊은 사람이 딱해서 어떡하냐.'는 말 한 마디가 다시 머릿속에서 재생되면서 부지불식간에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