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정해져있는 것인가,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인가. 이 질문은 인간이 신화적 존재를 그리는 수천년전부터 끝없이 이어져온 질문임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된 수많은 신화와 전설적인 이야기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사주풀이까지 ‘운명’이라는 단어에 많은 사람들은 매료되면서도 거기에서 벗어자고자 노력하는 상반적인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 드디어 현대과학에 이르러 ‘뇌과학’의 측면에까지 이르르면서 생물학적인 발달이 결국 인간의 지성 그리고 나아가 감성까지 좌지우지하는가 하는 의문까지 발생하였다. 이 책은 그런 의문에서 시작한 이야기이자, 운명의 한계가 결코 생물학적인 내용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의 노력 그리고 환경 등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인간의 자유성에 대한 해방을 주는 내용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부모로서 우리가 제공해주는 여러 환경들(교육적인 부분은 물론 가족간의 온화한 분위기라던지, 감각추구를 위한 자극을 최소화 한다던지하는 물리적 환경들까지 포함하여)과는 별개로 아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기질’이라는 것이 분명 있음을 쉽게 이해하게된다. 최근에는 당연 유전자적인 생물학적 지식이 넓게 퍼지면서, 그 부모 심은데 그 부모난더초럼 흔히 인터넷에 회자되는 말처럼 내 자식의 기질이 결코 나 또는 배우자의 성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할 수 있게는 되었지만, 역으로 이러한 부분은 나(부모)의 생물학적 한계를 내 아이도 크게 뛰어넘을 수 없는건 아닌가하는 실망(절망)도 같이 가질 수밖에 없게한다. 이 책에서는 부모의 신체적인 유전적 한계부터 성장기의 대뇌피질의 변화로 인한 청소년기 시절에 겪을 수 밖에 없는 사고의 변화까지 과학적인 분석으로 해당 문제의 발생은 당연 유전적인 기질에서 기인하여 발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열고 있으나, 그 가능성이 열리느냐 열리지 않느냐, 혹은 조절가능한지 등의 부문을 환경적인 요소를 통해 통제가능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학생때 교양과목의 리포트작성을 위하여 강제시청했던 영화중에 ‘가타카’라는 제목의 영화가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영화의 잔상이 계속 뇌에 머물렀던건, ‘유전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인간의 노력과, 유전적인 한계를 받아드리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하는 사람에 대한 인간 본능적인 응원’이라는 영화의 주제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가타카에서 묘사되는 세계는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자로부터 얻은 정보’로 부터 태어날 아이의 한계와 장점을 미리 분석해, 아이의 운명을 미리 결정짓고 가장 편하게 해당 장점을 개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체계를 잡아놓은 세계이다. 단순히 보면 내가 내 재능을 찾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고, 내가 해야할일을 우선 정해줬다는 점에서 청소년기에 겪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해도 되는 아주 편안한(?) 세계일 것 같으나, 사실상 그 세계에는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 그것에 대한 도전과 열망이 이미 사라진 세계이다.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거해버린 세계는 안락한가. 그리고 그 속에서 도전이라는 잊혀진 노력을 하는 자는 무지한 자인가 아니면 눈부신 자인가. 다행히 이 책은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영화의 내용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인간의 환경적 요소로 인한 변화, 통제가능한 노력 등의 부차적인 상황에 대한 인정을 기술해놓음으로써 영화에서 묘사한 ‘유전자 우선주의’를 감사히도 방지해놓았다.
항상 모든건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데 효과적이다. 은행에서 흔히 말하는 리스크도 결국 ‘불확실성’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내게 주어진 유전자적 정보든, 발달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뇌의 발달 순서든 모든건 알아두는게 상황을 이해하고 대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 점에서 청소년기의 아이를 바라볼 때 아 지금은 전두엽의 발달이 이럴때여서 얘가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그러면 무조건 다그칠게 아니라 충분히 시간을 주고 이런 방법으로 대응하면 되겠다 정도의 대책을 앞선 자로서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적 한계, 뇌과학적인 생물학적 한계는 이런 부분에서 의의가 있는 것이지,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적 키가 되기엔 지나친 측면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나도 상황을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내용을 부분을 흡수하고, 너무 지나치게 뇌과학을 맹신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항상 주지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