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당연히 ‘공부’와 관련된 내용이라 생각했다.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본 적 없던 소녀가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기까지’
무슨 이유로 어린 시절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저자가 나이가 들어 열심히 공부해 박사가 되는 여정을 그렸나보구나, 아마도 저자만의 특별한 공부법이나 성장 과정을 풀어내지 않았을까 하고 기대했다.
공부와 독서를 통해 성장하고 성공에 이르는 이야기의 성장 이야기를 좋아한다. 지금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도 일맥상통하는 관계로 더욱 읽고 싶어진다.
책은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내가 알고 있는 ‘학습을 통한 교육’이 아니었다. 또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내가 알고있는 ‘자기계발적 성장‘이 아니었다. 나로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한 인간의 놀랍도록 인상적인 역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여성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처절한 투쟁이 이야기였다.
읽는 내내 이 스토리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에 소름이 돋았다. 86년생인 저자가 이 모든일을 실제로 겪었다는게 믿기 힘들 정도였다.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미국 아이다호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세상에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이다. 그는 세상 사람들을 ’이방인‘이라 부르고 정부를 불신하며 공교육을 거부하는 신념을 가졌다. 이런 아버지로 인해 저자는 16년간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타라의 가족은 오직 종말을 대비하기 위한 삶에 치우쳐 살았다. 사회와 고립된 상태였다. 심지어 현대 의학 종사자들을 사탄의 세력이라 믿는 아버지 때문에 의사나 간호사를 만나본 적도 없다. 가족들이 사고로 인해 생명이 위독한 순간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모두 엄마가 만든 약초를 써서 집에서 치료했다.
무엇보다 가족 간 은밀하게 행해지는 비상식적 통제와 조종 그리고 학대 속에서, 그게 문제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사라온게 가장 안타까웠다.
이런 환경에서 지내온 타라는 17살이 되어서야 아버지 몰래 독학으로 준비한 대입자격시험에 합격한다. 그러나 기초 교육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 생활이 순탄할리 없다.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에 누가 역사속 인물이고 누가 소설 속 인물인지, 프랑스가 유럽에 속한 나라인지도 모를 만큼 상식도 부족했으니까.
새롭게 시작된 대학 생활은 그녀에게 세상이 뒤집히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버지가 세뇌하다시피 심어놓은 세상의 모습과 실제 세상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결국 세상 사람들이 ’이방인‘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이야말로 진짜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꺠달을 수 밖에 없었다.
타라는 아버지의 잘못된 신념이 자신과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가져다 주었는지 돌아보며 그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친다.
결국, 기적과 같은 배움의 열망을 통해 2008년 브리검영 대학교를 졸업한다. 그것도 최우수 학부생상을 받으며, 또 바다를 건너 케임브리지와 하버드대학교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2014년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작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이렇듯 그녀는 배움을 통해 새로운 삶을 성공적으로 만들어가지만, 지금도 가장 가까웠던 가족들과 관계가 끊어진 채로 살아간다.
아버지의 왜곡된 신념에 맞선 그녀의 투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뭐라고 해야 할까? 자서전? 회고록? 비망록?
저자는 밝히기 쉽지 않은 가정사와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나는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했다.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지금보다 덜 괴로웠을 것 같다. 저자의 가족들이 곳곳에서 보여주는 비상식적 행태(통제, 조종, 학대 등)에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2000년대 미국 가정에서 이런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저자 아버지가 믿고 있는 모르몬교와 미국 시골 마을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내 머리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족간 관계였다. 가정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의 필력이 소설가를 뛰어 넘는다. 이야기의 흡인력이 대단했다. 저자가 그려내는 아이다호 산골짜기의 아름다운 사계절, 그리고 저자가 살던 벅스피스 모습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졌다. 마치 내가 타라의 시선으로 가족드을 바라보며 함께 스토리에 녹아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