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는 특정주제를 가지고 세계사를 분석하고 서술하는 책이 끌려서 빵으로 읽는 세계사,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에 이어 평소 자주 마시고 좋아하는 커피에 대하여 알고 싶어서 '세계사를 바꾼 커피이야기'를 선정하여 읽게 되었다. 기존에 커피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책을 많이 보기는 했는데 이책은 커피를 둘러싼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날카롭게 통찰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서 끌리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책은 이런식의 질문 '커피는 원래 와인이었다'라는 말의 숨은 의미는 ?', '커피가 니그로의 땀 이라는 섬뜩한 별명으로 불리게 된 은밀하고도 잔혹한 이유는 ?', '커피는 포르투갈 말을 한다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커피문명과 전쟁은 왜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일 수밖에 없는가 ?',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이 책은 '커피와 카페가 없었다면 프랑스 계몽주의 운동도 프랑스 대혁명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독일혁명의 트리거를 당긴 것이 커피였다는데?', '프리드리히 대왕이 커피에 독성분이 있다 는 거짓 소문을 내게한 까닭은 ?', '프로이센시대 독일인이 반나폴레오 해방전쟁에 나선 이유는 진짜커피에 대한 강렬한 욕망때문이었다?' 등 이슬람 수피교도가 욕망을 억제하기 위한 도구로 마시던 검은음료가 역설적으로 상업자본가와 정치권략자의 검은 욕망을 자극하며 아라비아와 유럽 나아가 전세계를 제패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책은 나폴레옹이 커피에 매혹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식용음료로 군대에 커피를 맨 처음 보급한 이가 나폴레옹이라고 하는데 영양분이 거의 없는데도 왠지 힘이 나게 하는 음료여서 맛도 없고 색깔도 거무튀튀한 독특한 음료에 매료되었다 주장한다. 나폴레옹은 군대에 막대한 양의 커피를 보급하기 위하여 대단한 추진력과 실행력을 발휘하였다는데 그의 명령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각 분야의 발명에 상금을 걸고 산업혁명을 독려했다고 한다. 직물기계 개량, 인디고 대체용 색소 개발, 새로운 종류의 설탕제조 등이 그런예다. 커피는 나폴레옹의 야망과 뒤얽히며 프랑스 산업 전반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유럽과 전 세계 경제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군대에 커피를 보급하기위한 나폴레옹의 노력이 프랑스와 유럽,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전세계 산업구조를 혁명적으로 뒤바꿔 놓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 까지 하다고 주장한다. 원래 커피는 이슬람 수피교도가 욕망을 억제하고 수행에 정진하기 위해 즐겨 마셨던 독특한 맛의 음료였는데 역설적으로 17세기 유럽 상업자본가와 정치권력자의 욕망을 자극하며 유럽과 전세계 문화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는데 아라비아의 커피가 바다 건너 영국에 전해진 것은 커피하우스를 통해서 였다고 한다. 1652년 런던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고 그 역사적인 커피하우스의 주인은 크로아티아 두브로니크 출신의 파스카 로제였다. 그는 레반트를 무대로 활약하던 상인의 시종이었는데 매일 아침 주인을 위해 커피를 끓이던 습관이 커피하우스 창업으로 이어졌다는데 이렇게 출발한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우여곡절 끝에 폭발적으로 성장해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생긴지 30년 만에 3000여 곳, 그리고 1714년에는 8000여 곳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기 적합한 커피하우스는 시대적 상황, 니즈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커피관련 산업과 커피문화의 급성장으로 이어지며 시민의 일상으로 스며 들었다 한다. 그러나 한때 영원할 것 처럼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던 영국 커피하우스는 열기가 갑자기 사그러 들면서 홍차와 티하우스로 그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그 이유를 저자는 영국의 커피하우스가 사회적 기능을 다했다는 점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으며 인상적인 요인을 한가지 더 들어 주었는데 그것은 애초에 영국 커피하우스가 여성을 철저히 배제하며 탄생하고 성장하였기에 결국 여성청원 등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다. 현대 커피문화는 세계무역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상황을 전제로 성립가능하다고 한다. 혼자서 조용히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저 먼 중남미나 아프리카 어딘가의 세상에서 커피를 생산해야 하고 그 생산된 커피콩을 우리에게 안전하게 보내주는 일련의 산업구조가 필요하다고 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부자연스러운 일이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평온한 바램이 시대에 따라 생산구조나 정치사정에 달려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제 저자가 이야기 한데로 커피한잔을 마실때 마다 가볍지 않고 생각하며 마셔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