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흐른다'은 철학자인 작가가 바다를 보며 느낀 인생의 교훈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적어넣은 수필이다. 최근 급변하는 세상과 맞닿드리며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일상에 대해 사색을 하거나,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들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시대를 관통하는 여러 질문들, "어떻게 살 것인가?"나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질까" 등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삶을 돌아보고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방법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한동안 잊었던 삶을 돌아보고자 이 책을 살펴보았다. 하루하루 기계적으로 살아가다보면, 어느새부터 익숙해진 삶에 무더지기 시작할까봐 잠시 사색의 시작을 갇고자 한 것이다.
작가는 바다가 인생을 가르쳐주는 최고의 스승이라고 여긴다. 바다를 향한 모험의 여정, 바다의 무한함과 삼엄함은 모두 인생을 하나씩 바라볼 수 있는 포인트로 보고 있다. 먼저 옛 선원들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바다로 용맹하게 떠났던 것은 인생이라는 거대한 모험의 여정과 유사하다고 본다. 바다가 내주는 밀물과 썰물은 인생의 굴곡을 자연스레 알려주고,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리는 무자비한 바다는 한편으로는 여정을 떠나는 모든 이들을 환영하는 포용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날 인류 사회의 번영을 이끌어온 바다는 늘 인간의 경외심과 모험심을 자극하며 함께 해왔다. 걸작으로 남겨진 문학 "모비딕", "로빈슨 쿠르소" 등은 이러한 무한한 갈망이 녹아들어가 있는 작품들로 바다가 오랜 역사를 통해 남겨준 일종의 삶의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오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바다는 나다움을 간직하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바다가 품은 각가의 섬들은 갯수만큼 고유한 특성을 지니기도 한다. 화산 폭발이 밀어올린 섬, 지반침하를 통해 우뚝 솟아나온 섬 등 넓게 퍼져있는 섬들은 각기 외로움을 견디면서도 섬이 가진 고유한 특질을 간직하면서 존해자는 것이다. 자기 삶의 고유함을 간직하면서 본인을 잃지 않고 삶을 뻗어나가는 것이야말로 바다와 닮아있는 것이다.
작가를 통해 본 바다는 인생 여정의 무한의 가능성, 삶을 가로막는 굴레의 무의미성과 삶의 유한함을 통해 깨우치는 가치를 모두 속삭여주는 친구이다. 이 책은 작가의 감상을 자연스럽게 펼쳐 둔 일기 같은 느낌으로, 무엇보다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나 늘 퍼즐과 난제 등을 마주하는 여정 구간에 진입하였을때, 여정 중간중간에 있는 휴식과 사색의 시간이 있음을 알려주는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어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즐거이 손짓하는 에머랄드색 바다, 새로운 여행지를 가로지르는 푸른빛의 바다, 파도를 삼키는 검은색의 바다 등 오색빛깔의 바다를 선사하며, 온갖 바다를 함께 다녀온 느낌도 들게 해주었다. 독서하는 중간중간에 마지막 방문했던 바다가 언제, 어디였을까 회고하게도 해주었다. 기억에 남아있던 겨울 바다는 차가롭고 날카로운 바람 가운데에서도 따뜻한 햇살에 품으며 희망을 엿보게 해주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봄, 여름, 가을이 각각 선사하는 바다를 방문해 보며 삶의 가르침을 한번 떠올려보아야겠다. 봄의 바다는 겨울의 삭막한을 녹이며 싱그러움을 줄 것이고, 여름 바다는 온갖 분주함과 떠들석함으로 넘쳐나는 활력을 선물할 테고, 가을 바다는 무르익은 햇살을 함껏 품으며 생명 가득한 성숙함을 마음껏 선사해 줄 것 같다.
세상을 담는 눈과 마음에 모든것이 익숙해지면, 그 때 주변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 같다. 이때부터 상당부분의 즐거움이 점점 사라지고, 오색빛깔의 인생 여정도 점점 단색으로 물들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일고보니, 바다를 통해 삶을 보여주는 작가는 어쩌면 바다 자체 보다는 삶을 강조하는 느낌이다. 인생을 삶아가면서 무조건적으로 만나게 되는 단조로움에 대해 바다가 되었든, 산이 되었든, 자연이 아닌 그 무엇인가가 되었든 삶을 함께 논할 수 있는 기회를 잊지 말고 꼭 가져가라는 담담한 이야기 같이 느껴진 것이다. 작가가 선사한 바다의 강의실을 한번씩 방문해보면서도, 나만의 강의실을 제공해줄 자연의 스승을 찾아다니는 것 또한 즐거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즐거운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