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로 된 얕은 바다로 뒤덮여 있고 대륙이라고 할 만한 것은 전혀 없으며, 질소, 메탄, 이산화탄소가 독성을 띨 만큼 짙게 뒤덮여 있는 40억년 전의 지구의 환경은 너무나 혹독하다. 그런데 그런 혹독한 환경 속에서 원시적인 유전물질들이 생겼으니 생명의 신비가 경이롭다. 원시적인 유전물질이 지방산에 감싸이면서 최초의 세포막을 형성하고, 오늘날 우리가 유전자라고 부르는 짧은 핵산가닥들이 들어 있는 미세한 전구세포 수조개로 뒤덮인 원시 지구의 연못. 일부 살아남은 원시세포들에서 RNA 복제가 시작되고 생명이 기원하는 시점이 된다. 생명은 참 티끌같은 작은 존재에서 발생했구나! 미세하고 허약한 생명체가 진화하기 시작해 더 발전된 형태가 되고 땅이 드러나면서 생긴 강과 호수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잔혹한 생존경쟁을 통해 살아남고 고세균, 세균, 균류, 식물, 동물 등 앞으로 등장할 모든 생물의 선조가 되는 것이다. '마그나 수페르스테스'(라틴어로 '위대한 생존자')는 유전적 생존 메커니즘을 진화시켜 왔는데 초기 진화 단계에서 일어난 일은 매우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유전자 A에서 시작되는 회로는 환경이 안 좋을 때 번식을 멈추게 하고, 유전자 B는 '침묵시키는' 단백질을 만든다. 이 단백질은 상황이 좋을 때 유전자 A에 달라붙어서 그 유전자를 끈다. 그러면 세포는 자신을 복제할 수 있고 즉 자신과 자손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을 때만 번식이 이루어질 수 있다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해 준다. 마그나 수페르테스의 독특한 점은 침묵 유전자 B에 돌연변이 기능이 일어나서 DNA 수선을 돕는다는 점이다. DNA를 수선하는 이 새로운 유형의 침묵 유전자가 생존에 매우 유리하고, 그렇게 환경에 적응한 유형만 살아남는구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위대한 생존자는 오늘날 주위에서 보는 모든 생물의 선조격이다. 따라서 모든 생물은 다소 동일한 기본 형태로 이 고대의 유전적 '생존 회로'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다. 그런데 위대한 생존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따른 대가가 바로 우리가 늙는 이유라니,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책도 이 '생존회로'를 통해 얻을 수 있을 않을까? 하는 호기심을 이 책 서두에서 잘 던지고 있다.
20개월된 생쥐들(사람으로 치면 약 65세)의 체내에 NAD 농도를 증진시키는 분자를 먹여 왔더니 NAD 농도가 증가하면서 서투인이 활성화된 것처럼 생쥐들이 계속 달릴 정도로 활력을 보였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될 실험이다. 그런데 사람도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SIRT1 효소를 활성화하는 NAD 증진 분자를 투여했을 때 늙은 생쥐의 혈관 벽을 이루는 내피세포들이 혈류가 그리 좋지 않은 근육 부위까지 뻗어나가 그 결과 새로운 미세한 혈관, 즉 모세혈관이 형성되어서 근육이 필요로 하는 산소를 공급하고 근육에서 젖산 같은 유해 대사산물을 제거하고 생쥐와 인간의 몸을 노쇠하게 만드는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를 되돌렸다니 정말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노화역전의 시대가 올 것인가 기대가 된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풀어야할 과제들도 많을 것 같다 사람을 대상으로 노화세포제거제를 투여하는 첫 번째 임상 시험은 2018년에 시작되었다. 노화세포가 쌓일 수 있는 질환인 뼈관절염과 녹내장을 치료하는 용도였다. 이런 약물들이 모두에게 처방할 수 있을만큼 효과와 안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알려면 몇 년 더 걸리겠지만 인간의 노화를 치료할 실험이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긍정적이다. 2006년 일본의 줄기세포 연구자 야마나카 신야가 수집가지 유전자 조합을 조사한 끝에 Oct4, Klf4, Sox2, c-Myc라는 네 유전자의 조합이 성체 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네 유전자들은 "야마나키 인자들'이라고 부르는데 이 야마나키 인자들에서 c-Myc 유전자를 빼고 생쥐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자 손상된 시신경이 재생된 것은 녹내장의 치료를 진행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매우 중요한 실험결과이다. 이처럼 노화를 역전시키는 방법이 언젠가 상용화되는 날이 도래한다면 계속적인 인구증가와 그 부작용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