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고르게 된 계기는 어느 자기계발서에서 추천했던 책중에 하나였는데 다른 책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 읽어보기도 전에 이 책도 그 책들 만큼 괜찮은 책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고 마침 동 사이트에 발견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미디어에서 오랫동안 세계2차대전과 유대인학살 그리고 아우슈비츠에 대한 내용을 접했지만 어쩐지 지리적인 거리감 때문인지 좀 멀게 느껴지는 역사의 한조각이라고 생각해왔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생생하게 그 때를 살아간 사람이 그려낸 모습을 읽다보니 마치 내가 그 역사속에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는데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 안에서, 사랑을 통해 실현된다.'라는 소제목의 챕터였다.
수용소에서는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 원시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영적인 생황을 더욱 심오하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밖에 있을 때 지적인 활동을 했던 감수성 예민한 사람들은 육체적으로는 더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 내면의 자아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적게 손상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혹한 현실로부터 빠져나와 내적인 풍요로움과 영적인 자유가 넘치는 세계로 도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체력이 강한 사람보다 수용소에서 더 잘 견딘다는 지극히 역설적인 현상도 이것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어느 날 아침 우리는 작업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구령 소리가 들렸다. 민첩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가차없이 발길질이 가해졌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큰 돌멩이를 넘고 커다란 웅덩이에 빠지면서 수용소 밖으로 난 길을 따라 비틀거리며 걸었다. 그런데 높이 세운 옷깃으로 입을 감싸고 있던 옆의 남자가 갑자기 이렇게 속삭였다. "만약 마누라들이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는 꼴을 본다면 어떨까요? 제빌이지 마누라들이 수용소에 잘 있으면서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일을 몰랐으면 좋겠소" 그 말을 듣자 아내 생각이 났다. 몇 마일을 비틀거리며 걷는 동안 우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었다. 모두가 지금 아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때때로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머릿속은 온통 아내 모습뿐이었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관통했다. 생애 처음으로 나는 그렇게 많은 시인들이 시를 통해 노래하고, 그렇게 많은 사상가들이 최고의 지혜라 외쳤던 하나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 진리란 바로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가장 숭고한 목표라는 것이다. 나는 인간이 시와 사상과 믿음이 설파하는 숭고한 비밀의 의미를 간파했다.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사랑 안에서 실현되다.' 그때 나는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여전히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걸 알게 됐다. 극단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주어진 고통을 올바르고 명예롭게 견디는 것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 일 때, 사람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앞에 있던 남자가 비틀거리자 뒤에 오던 사람들이 넘어졌고 감시병이 달려와 채찍을 휘둘렀다. 그때도 내 마음은 여전히 아내의 영상에 매달려 있었다.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는 아내가 아직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조차 몰랐다. 그러나 한 가지만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때서야 깨달은 것인데,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육신을 초월해서 더 먼 곳까지 간다는 것이었다. 사랑은 영적인 존재, 내적인 자아 안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았든, 아직 살았든 죽었든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아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몰랐다.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그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이 새상 그 어느것도 내 사랑의 굳검함, 내 생각, 사랑하는 사람의 영상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사실 그때 아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아내 모습을 떠올리는 나 자신을 바쳤을 것이다. "나를 그대 가슴에 새겨 주오. 사랑은 죽음만큼이나 강한 것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