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역사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언어라고 피력되어 왔다. 언어는 현실을 초월하는 상상의 세계를 구현시키고, 그것을 사람들 간 전파시켜 존재하지 않는 관념, 이상, 신념 등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만들어 내고, 멀리 떨어져서 한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의 협업도 가능하게 한다. 언어는 잘 활용하여 이해를 제대로 시키는 것이 참된 소통이며, 올바른 소통 속에서 사람들 간의 신뢰는 굳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인류를 묶는 데 가장 강력하게 기능한게 이 언어였다면, 그 어느때보다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올바른 소통은 오히려 더욱 요원한 것이 된 것 처럼 느껴진다. 올바른 소통의 방법에는 대화의 스킬이나, 말하는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이 녹아들어 있겠지만, 도서 '어른의 어휘력'은 가장 기본적인 도구부터 들여다 본다. 이 책은 소통의 가장 근원적인 요소, 올바르게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여,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해준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언어를 잘 쓰는가는 어휘력으로 나타난다. 어휘력이란 말그대로 어휘를 마음대로 부리어 쓸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히 많은 단어를 아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어느정도의 양은 필요하기는 해도, 어휘력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알고 있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와 어감을 꿰뚫고, 다른 단어와의 조화나 배치시 나타는 효과까지 고려해서 단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요약하여 이야기하면 결국 적재적소에 맞는 단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어휘력이 부족하면 소통의 손실이 많이 일어난다. 작가는 어휘력 자체가 부족하면 말을 장황하게 늘어뜨리게 되거나, 모호한 지시대명사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대화의 피로도를 높이게 된다. 스무고개를 나누다가 전달하고 싶은 핵심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그 여정에서 지치게 되는 것이다.
한동안 모두를 헷갈리게 하는 단어가 있었다. '지양'과 '지향'은 생김새도 비슷하여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넘어가다 보면, 두개를 잘못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생기다. 놀랍고도 똑 닮은 이 단어들은 뜻은 반대로 가지고 있어 시험 단골 메뉴였고, 자연스레 습득하기까지 한동안 잔뜩 괴롭혔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이 책은 어휘력의 중요성 외에도 한 개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 개인이 바라보는 세상의 틀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고 한다. 한 예로 우리나라가 갖는 단어 '푸르다'가 바다의 색감과 울창한 산의 색감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감복하다. 산과 바다를 다 같은 색감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사용하는 언어가 형성된 틀에 따라 한국인과 외국인이 갖고 있는 사고의 틀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질의에 대한 답을 했을때 받는 대답에 대한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가 있다. 한국어는 상대방 즉 질의자에 대한 답변 중심이기 때문에 질의자에 맞춰 예/아니오를 대답하고, 영어는 응답자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응답자 중심으로 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커피 안 마실래?'라는 질의에 한국어로는 '예 안마실래요', 영어로는 '아니오, 안 마실래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그것이다. 미세한 차이지만 이는 영어가 바라보는 세계관, 즉 나로부터 발현되는 세계와, 한국어가 바로보는 세계관, 즉 대상으로부터 발현되는 나가 대조적으로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단순한 어휘에서 하나하나 비롯된 언어 체계는 다른 나라와 확연하는 차이가 나는 세계의 틀을 구축해 내게 때문에 다른 문화에 대한 접근을 할때 이러한 세심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휘를 통해 배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다양성이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 모두는 각각 다르기에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소통의 자세는 차치하고, 효과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어휘에서 시작해야 된다. 제대로 된 어휘를 사용하는 것에서 시작된 대화는 진솔한 이야기를 구축하고, 사회를 형성하고 나아가 세계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로 구설수가 생기고, 소통이 단절되는 시대에 효과적인 대화를 위한 고민은 계속 되어야 된다. 우리 선배들도 예전부터 말한마디에 천냥 깊도 갚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