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1.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고 과거는 누구에게나 아쉬움과 회환이 녹아 있다.
- 90년대 초 학번인 내게 시위와 화염병은 기억의 끝자리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짧은 틱톡과 같은
낙인으로 남아 있다. 그 시절 80년대 학번들이 치열한 시위와 민주화 운동 등으로 시위의 정점은
지난 듯 했지만 여전히 짧은 시위들이 산발적으로 열리고 우리는 그 시위에 멋모르고 동원되는
새내기 20대 청소년들이었다.
80년대 이후 세대들과 지금의 MZ 세대들은 화염병이나 최류탄, 지랄탄, 사과탄 등 이름도 생소한
다양한 시위 용어들이 80년대 학번들과 90년대 초 학번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과거의 흔적인것과
같이 말이다.
소설속 주인공 아버지는 내 아버지에 비해 나이가 좀 더 많다. 한 세대 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방 이후
6.25 전쟁 등과 같은 굴곡많은 현대사의 다양한 모습들로 점철된 시대를 살아낸 현대상의 산 증인과
같은 분이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남북간의 전쟁과 이데올로기란 사상은 남과 북 모두 혹은 같은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 사이에서도 아물지 못한 불주사 자국과 같이 너무도 뚜렷하고 흉하게 남아 있는 흉터이다.
하나의 사회가 얼마나 안정된 사회인지, 발전된 사회인지,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인지 측정하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그 기준 중에 하나는 '얼마나 예측 가능한가 이며 얼마나 투명한가 이다'
개인이 자기 삶의 범위와 양상을 컨트롤 할 수 있고 그 흐름이 흘러갈 것이라고 믿을 수 있으며
그 과정들이 투명하게 비춰지고 끊임없이 개선되고 개선됭 나갈것이라 믿는다면 삶을
대하는 개인의 헹동과 신념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과거의 회상과 상념을 떠 올리게 하고 마음이 묘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내가 직시했던 아니든 , 앞으로 마주보고 싶든 아니든, 이를 인지하든 아니든
간에 과거는 존재했고 그 과거의 연속으로 현재의 내가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중에는 과거의 아픈 기억이나 아쉬움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읽어내는 사람도 있고
즐거운 과거의 회상을 떠올리면 웃픈 헤프닝 하나 떠올리며 즐겁게 이 책을 읽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6-70년대에 태어난 대부분은 무겁게 쌓여온 사회적 시간과 사람들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하게 하는 책이며 작가가 의도한대로 나 역시 내 인생의 흔적들을 하나씩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며
다시 한번 추억에 젖어들게 하는 책인 것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펼친 대부분의 독자는 주인공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의 흔적들을 반추하게 된다.
가상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있는 내 자산의 이야기에 스며들게 되고
이를 다시 소설의 모습과 함께 혼합하는 과일주스 처럼 책을 읽어 내려 가게 된다.
주인공이 3일간의 장례에서 새로이 알게 된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 오늘을 살아가는 아버지의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나의 아버지에 대한 일부분의 모습에 불과하다
사실 아버지가 보여주는 모습은 부모-자식이라는 관계에서 만들어진 모습이 대부분일 것이고
이러한 모습이 아버지의 전부는 아닐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행적과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이해되었기 때문에 화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자신의 행위의 결과가 아닌 원치 않은 빚을 짊어지게 될 확률이 아주 높고
이런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사람들이 어쩔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할 빚임을 인정해야
하며, 동시에 인정함으로서 과거의 나에게로 부터 자유롭게 된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보내며 지나온 시간을 샅샅히 돌아보았지만 과거를 향해 서 있지는
않았고 나는 마지막 장을 읽으며 그래!! 결국은 사람들은 과거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삶은 보통은 불공평하과 가변적이며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는 매우 잔인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래도 사람들은 한때 자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현재도 상처를 주는 사람들과 서로 기대며 살아가고 있고
다행인것은 그게 그렇게 인생에서 모자라거나 나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아버지의 해방일지 처럼 그러한 힘으로 앞으로도 우리는 인생에서 주어진 여러가지
사건 사고 앞에서 몇 번이라도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나고 회복하면서 세상을 향해 기꺼이
뛰어 들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