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란 무엇일까?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그들은 애플의 시리나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테슬라의 자율주ㅐㅇ차,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을 거론할 것이다. 심층 학습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라벨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가중치와 역치를 부여하고 데이터를 분류하는 수십 개의 계층으로 신경망을 조직화하는 방법을 전문용어로 설명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정의하는 각각의 방식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하고 측정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대해 얼개를 짜는 것과 같다. AI를 기업 인프라에 대한 소비재 브랜드로 정의 한다면 그 지평은 마케팅과 광고에 의해 결정된다. AI 시스템을 어느 인간 전문가보다 신뢰할 만하거나 합리적이고 '가능한 최선의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행위자로 간주한다면 그것은 보거ㄴ, 교육, 형사 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 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 알고리즘 기법이 유일한 관심사라면 그것은 기술의 지속적 발전만이 중요하며 이 접근법들의 연산 비영과 위기의 지구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 것인가?
이 책에서는 AI가 '인공'적이지도 않고 '지능'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인공지능은 체화되고 물질적인 지능이며 천연자원, 연료, 인간 노동, 하부 구조, 물류, 역사, 분류를 통해 만들어진다. AI시스템은 자율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대규모 데이터 집합이나 기존의 규칙 및 보상을 동원한 방대하고 집약적인 훈련 없이는 아무것도 분간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가 아는 형태의 인공지능은 훨씬 폭 넓은 정치적. 사회적 구조에 전적으로 의조한다. 또한 AI를 대규모로 구축할 자본과 AI를 최적화할 방법이 필요한 탓에 AI시스템은 궁극적으로 기득권에 유리하게 설계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공지능은 권력자의 등기부인 셈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전산학계에서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문구는 수십 년에 걸쳐 부침을 겪었으며 연구보다는 마케팅에서 더 많이 쓰인다. 벤처투자자들이 수표장을 들고 찾아올 때, 연구자들이 새 연구 결과에 대해 언론의 주목을 끌고 싶을 때는 AI라는 용어가 곧잘 동원된다. 이 때문에 AI라는 용어는 채택되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면서 의미가 끊임없이 달라진다. 이 책에서는 AI를 '정치, 노동, 문화, 자본을 아우르는 산업적 구성물'이라는 의미로 쓴다. 반면에 기계학습을 언급할 때는 기술적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3. AI를 지도책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
인공지능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지도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지도책은 특이한 책이다. 지구의 위성사진에서 군도의 확대사진에 이르기까지 해상도가 다양한 여러 지도를 모아놓았으니 말이다. 당신이 지도책을 펼치는 것은 특정 장소애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호기심에 이끌려 페이지를 뒤적거리며 뜻밖의 경로와 새로운 과정을 만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지도책은 축척, 위도, 경도 같은 과학적 기준을 준수하며 세계를 바라보는 특별한 관점을 제공하면서 형식과 일관성의 감각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도책은 과학적인 지도 모음인 것 못지않게 창조적 행위, 즉 주관적이고 정치적이고 심미적인 개입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은 지도책에 시각의 심리적 패러다임과 지식의 인식론적 패러다임이 깃들어 있다고 여긴다. 이 두가지를 아우르는 지도책은 과학과 예술이 언제까지나 완전히 별개라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오히려 지도책은 별개의 조각들을 제각각 방식으로 연결하고 '우리가 그것을 요약하거나 철저히 들여다 본다는 생각도 없이 재편집하고 짜맛추어' 세계를 다시 읽을 수 있게 한다.
지도책의 비유을 통해 저자는 인공지능 제국을 이해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추동하고 지배하는 국가와 기업, 지구에 흉터를 남기는 추출식 채굴, 데이터 대량 수집, 이를 떠받치는 불평등하고 착취적인 노동관행 등을 설명하는 AI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것들은 AI 내에서 이루어지는 권력의 지각변동에 대한 설명이다. 지형적인 접근법은 인공지능이나 최신 기계학습 모형의 추상적인 약속을 넘어선 새로운 관점과 규모를 제시한다. 그 목적은 연산의 다양한 지형을 주파하면서 이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봄으로써 AI를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AI를 지도책에 비유한 적절한 이유가 또 하나있다. AI 분야는 지구를 연산의 분야로 파악하려고 공공연히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비유라기 보다는 AI 산업의 노골적인 야심이다. AI 산업은 신과 같은 중앙 집중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동작, 소통, 노동을 바라보며 제 나름의 지도를 만들고 표준화하고 있다. 일부 AI 과학자들은 세계를 완전히 파악하고 다른 형태의 지식을 대체하려는 욕망을 천명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창시자 중 한 명이자 초창기 얼굴 인식 실험을 진행한 연구자 우디 블래디소는 직설적으로 말한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AI는 '유일한' 과학이다". 이것은 세계에 대해 하나의 지도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지도책을 만들어 지배적 관점을 확립하려는 욕망이다. 이 식민주의적 충동은 권력을 AI 분야에 집중시키는데, 세계를 어떻게 측정하고 정의하는가를 결정하는 동시에 이것이 본질적으로 정치적 활동임은 부인하다.
지도책을 만드는 방벙이 어 가지이듯 AI가 세상에서 이용될 미래도 다양하다. AI 분야의 기본 시각은 독자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믿음과 관점의 집합으로부터 구성된다. 현대 AI 지도책의 주요 설계자들은 한 줌의 도시에 기반을 두고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산업에 종사하는 소수의 균일한 집단이다. 중세 유럽의 지도 '마파 문디'에 좌표와 더불어 종교적. 고전적 관념이 담겨있듯, AI 업계에서 제작하는 지도에는 세계를 중립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정치적 개입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