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는 미술 작품을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설해주는 교양 도서 시리즈다. 첫 번째 권은 화학자가 본 미술작품들인데 흥미로운 시각들이 많습니다.
먼저, 로트렉의 물랑루즈 포스터를 보자. 그는 프랑스의 유서 깊은 귀족 과문 출신이지만, 불운한 사고때문에 하반신 발육이 정지되어 키가 152cm밖에 안되는 기형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불행은 오히려 위대한 화가가 되는데 도움이 되었는데, 자신의 신체와 대한 열등감과 귀족 신분으로서의 자존심이 섞여 관습적이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의 화풍은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았고, 그림의 대상도 사회 밑바닥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카바레, 술집, 빈민가의 사람들이었다. 그덕분에 미술은 포스터라는 형태로 미디어의 세계로 이끌어낸 첫번째 화가였다.
보통 18세기에 화가들은 왕족들의 주문에 따라 초상화나 역사화를 그려주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라이트는 산업혁명과 과학에 대한 그림을 남겼다. 당시 산업혁명이 전개됨에 따라 일반 대중이 과학에 큰 흥미를 가졌는데, 이 그림과 같이 사람들 앞에서 화학 실험을 재현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아직 산소의 정체가 완전히 알려지기 전이었지만, 이 그림에서 한 화학자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유리병 안에 새를 가두고 에어 펌프로 공기를 빼면 새가 죽는다는 잔인한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 표정들이 흥미로운데, 실험 자체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연인부터, 새가 죽는 것을 보고 슬퍼하는 어린 아이들, 그 어린 아이를 달래는 아버지의 표정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이 과학을 대하는 태도를 라이트는 그려냈다.
색채 표시법에는 RGB 체계와 CMY 체계가 있다. 컴퓨터로 색채 작업을 할 때면 둘 중 어느 하나로 지정해 주어야 한다. RGB는 모니터상에서 작업할 때의 빛에 의한 가산혼합의 색채이고, CMY는 잉크나 물감을 사용할 때의 감산혼합 색채로 시안(Cyan:인쇄 잉크로서 원색인 파랑보다 약간 밝은 파랑), 마젠타(Magenta:인쇄 잉크로서 원색인 빨강에서 약간 분홍 계열을 띠는 색), 옐로 (Yellow)을 말한다. 빛의 혼합을 이루는 3원색은 빨강(Red), 녹색(Green), 파랑(Blue), 즉 RGB 다. 이 세 빛을 다 섞으면 흰빛이 된다. 빛이 합해지면 광자가 더 증가하므로 가산혼합이라고 한다. 마티스는 춤이란 작품에서 빨강, 녹색, 파랑 단 세가지 색만 사용했다. 이 세가지 색은 빛의 3원색으로 우리 눈을 자극한다. 보색 대비로 색이 더 강렬한 느낌이 든다.
히에로니무스 보슈가 그린 쾌락의 동산. 20년 1월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직접 보고 굉장히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쾌락의 동산은 산만함을 너머 기괴하기까지 한 초현대적인 뉴에이지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 그림은 르네상스도 아직 깨어나지 않았던 고딕 후기에 해당하는 1500년경에 그려진것이다. 당시 활동한 화가가 에이크, 다 빈치 등임을 생각하면 얼마나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그림인지 알 수 있다. 보슈의 작품 중에는 3단 재단화 형태의 작품이 유독 많다. 아마 종교적 교훈을 담기에 적당했기 때문인거 같다. 3단 재단화는 성단 제단을 장식한 그림을 말하는데, 가운데 판 양쪽ㄱ에 경첩을 단 두 판이 덮이는 형태인데, 펼치면 가운데의 큰 그림과 좌우 양쪽으로 그 반 크기의 그림이 하나씩 연결된다. 그림의 인물 또한 종교적이다. 왼쪽 판의 아래 가운데를 보자. 에덴동산에서 모든 동식물과 아담을 창조한 하나님이 이브를 아담과 맺어 주고 있다. 금단의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는 아담 뒤쪽에 토실토실하게 빨간 열매를 맺고 있고, 뱀이 감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는 지혜의 나무는 가운데 오른쪽에 있다. 에덴동산에 있는 금단의 나무는 두 개인데 생명나무와 지혜의 나무다. 생명과 지혜는 무슨 관계인가?? 기독교에서 참된 지혜는 생명인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 보슈는 '지혜는 그 얻는 자에게 생명나무라'는 구절을 그림으로 표현하였을 것이다. 에덴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완벽한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에 평화와 기쁨만 있다. 올해 11월 프라도 미술관에 다시 갈 계획인데, 이렇게 알고 가면 작품이 다시 보일 것 같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