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여러사람들의 후기와 출판사의 소개글을 읽고 선택했었다. 그리고 최근 몇년간 베스트셀러였다는 내용도 선택에 한 몫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조금은 들었다. 우선 은행원이라면 대부분 아는 내용들이 많았다. 물론 비금융권의 독자라면 새롭고 유용한 내용이었을 것이고 그래서 아마도 베스트셀러에 들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금융권에 있는 분들에게는 금융과 관련해서 뭔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과도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전문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투자와 관련된 내용은 사회 초년생에게는 그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금융기관에서 투자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저자의 얘기가 맞기는 하지만 투자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실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 책의 내용이 전혀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주 좋은 부분들도 있었다. 아래에서는 내가 읽으면서 나의 기준으로 의미가 있었던 부분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우선, 리스크에 대한 부분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시장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변동성에 따라 기대수익이 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리스크가 클 때가 리스크를 가장 줄여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사실 경제가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기본으로 해서 움직이고 기대를 통해 생산과 수요 등 모든 것을 설명하는 기대이론인데 변동성은 사실상 기대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하니 좀 의아했다. 변동성을 감안한 재무관리 이론들을 다시 한번 검토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리스크가 크다고 알려질 때가 리스크를 줄여놓은 상태이고 리스크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상승장이 거품이 생길 수 있어 리스크가 가장 크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리스크의 다양항 특성 중 한 부분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은 고정된 수입의 중요성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100억원은 거금이지만 일정한 소득을 손실없이 만들려고 생각하면 적은 돈이라는 것이다. 반면 나의 200만원 정도의 정기적 수입은 100억원을 가진 자산가나 별반 다른 것이 없으며 정기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은 그 액수의 100배 규모의 자산의 힘과 같다는 것이다. 즉 돈을 버는 것도 지키기도 어렵다는 것, 그리고 100억원을 가졌어도 200만원 급여생활자의 생활태도를 넘어서는 순간 재산은 하향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 왜 자신의 생활을 검소하게 하는지 완벽하게 설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경제적 독립기념일에 대한 부분도 좋은 내용이었다. 욕심을 줄여가며 자산을 키워 자본이익이 노동이익을 넘어서는 날이 자신의 진정한 부자가 된 날이고 경제적 독립기념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한 날이 경제적 독립이라고만 생각했었지 내가 노동의 굴레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최근에서야 생각해보기 시작한 부분이었다. 젊은 분들이 이 부분을 읽어보시면 참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산을 조금씩만 늘려도 부자가 된 것 같은 마음에 구매력과 상관 없이 생활수준이 점점 올라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도 여전히 나는 속국인일 뿐이고 노동이익을 자산에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진정한 독립이 이뤄진 것이다. 정말 맞는 말씀이다.
그리고 신용카드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흥미로웠다. 현재 쓸 돈이 모자라게 된 이유는 미래소득을 가져다 현재에 써버렸기 떄문이란다. 이 현재가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로 쌓여서 종국에는 현재와 과거 둘 모두 책임져야 하는 현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신용카드가 바로 미래소득을 현재에 쓰는 방법이므로 직불카드를 사용하라는 저자의 주장은 아무 적정한 비유였다.
특히 저자가 나만이 부자가 되어서는 왜 안되는지, 왜 모든 국민이 경제지식에 해박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참 좋았다. 노비나 노예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은 것이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비유를 들면서, 나만 부자가 되고 남들은 가난해져 사회안전망이 무너져 그 위험을 상위그룹에서 떠앉는 것 보다는 모두 같이 부자가 되어 중산층이 두터워 지고 건전한 사회가 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설명이었다.
이외에도 좋은 부분들이 꽤 많이 있었다. 많은 독자들이 지식을 얻는다는 측면보다 인식을 전환할 직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