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우리는 우리 건물을 만들지만, 그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 윈스턴 처질이 한 말이라고 한다 그후 자주 '건물'이란 단어 자리에 '건축'으로 인용되고 심지어 교보문고는 '책'으로 쓰이기도 한것 같다. 건물은 즉 사람이 만들지만 그 사용과 의미는 시층으로 다시 만들어 질테니....
88년 2월 군에 입대했다 배치받은 곳은 서울 필동(충무로), 그 시절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린다고 훈련은 적고 비상경계근무를 자주 서게 되었다 그 당시 일병이라 사령부 후미진 곳에 근무를 서면 남산터널 길 건너편 유독 흰 건물이 나무 틈 사이로 보여 주시하곤 했고 밤 12시정도 되면 방공조명이 까만 하늘을 스케치 하곤 했다. 그 건물 정체가 궁금했다 '중앙정보부 남산 건물'이라는 것은 시간이 좀 지나 알게 되었다 기분이 좀 이상 했지만 뭐 그러러니... 제대하고 한 참 잊고 있었는데 직원 결혼식이 충무로 한 호텔에서 한다고 해서 군시절 생각도 나고 해서(그 방향을 보고 오줌도 안.... 농담도 있기는 하지만) 한 두시간 일찍 도착해서 둘러본 광경은 사뭇 달랐다 듣기는 했던거 같은데 '사령부'는 사라지고 한옥마을로 바뀌었고 더듬어 간 초소가 있었던 자리에서 본 광경도 너무 달라져 있었다 물론 풍전, 진양 상가는 있었지만 리모델링해서 그런지 내 기억과 너무나 차이가 났다... 그냥 이상했다 도시 개발로 내게 익숙한 곳이 사라지거나 달라지는것은 너무나 많이 봐 왔지만 그래도 뭔가 나의 흔적도 사라져 버린것 같고 그때 했던 추억도(좋았던, 나빠던) 송두리째 삭제 되어버린것 같은... 살고 공유한 장소의 상징성은 남다른 것이거라 여겨진 탓이겠지만...
박고은 저자의 책 '사라진 근대건축'을 읽으면서 그때 느낌이 떠올랐다 ( 책속에 내가 근무한 부대와 주위 건물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도 한다)
저자는 유학시절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에 관한 이야기로 책을 쓴 동기를 밝히고 있다.( 나도 크레인으로 천정(돔)을 끌어 올리서 내리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직장근무지가 흔히 말하는 4대문 안에서만 30년 가까이 해서 그런지 책에서 언급한 사라진 건물과 현존하지만 다르게 쓰이는 건물에 대해 많은 부분이 연결되었다. 남산의 조선신궁관련 내용도 그렇고(숙소가 광화문에 있어서 자주 남산을 넘어 걸어 다녔다) 후암동 이야기, 그리고 박정희시절 동상을 많이 세운 내용은 흥미롭기까지 했다 을지로 지하도 남산터널이야기까지 '서울은 만 원이다'의 소설처럼 그 시절 서울은 도시를 완전히 바꾸어 나가야 하던 시절이기도 했을 것이다 내가 자란 부산에서 어른들이 자주 김현옥시장 이야기를 해서 들은 기억이 많았다 이책에도 그의 평가라기 보다는 주도한 서울 개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방점은 "왜 그것들은(근대건축물) 상대적으로(조선시대부터 이전의 건축물) 더 쉽게 흔적이 지워져 버렸을까"의문에서 근현대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즉 "지난 20세기 한국의 근현대사는 일정강점기, 한국전쟁, 분단, 그리고 박정희 군사정권기 거치면... 이 시기는 구성원들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부정적 역사(Negative history)를 상기시키는 역활을 하고 있다" 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타당하고 동의되는 관점이다. 철거하고 없어버린다고 회복되고 부정적인 역사와 단절되는 것일까?
그 해답을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책 장마다 그 흔적이 펼쳐진다
"억압과 통치를 위해 지은 건축을 적대감이나 피해의식으로 본다면 당장 철거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저항과 인내의 역사로 접근한다면 교훈과 치유의 공간으로 되살릴 수 있다 보존할 가치는 번듯하게 잘 지은 상류층의 건물이나 건축양식을 잘 표현한 건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계층이 먹고 자고 일하고 투쟁하고 죽어간 공간도 있다 보존은 문화의 두께이고, 문화는 다양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경험과 기억이 축적된 도시에서 좋은 건축가와 전축주가 나오고 시민들의 삶도 풍요로워진다. 거기에 보존의 이유가 있다"
(같은책284P : 만일 그때 그 건축이 사라졌다면 (김소연) 일부 인용)
가끔 아직은 흔적이 남아있는 그 곳을 다시 찾아 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