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 -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인 미국의 살아있는 역사를 생생하게 배우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조금 알고 있을 뿐, 이 나라의 지리적인 특색이나 도시에 대해서는 평소에 별 관심이 없었다. 살면서 한번도 미국에 방문해보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러한 이야기가 내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기 떄문이다.
다만 상황이 바뀌었다. 앞으로 1년간 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할 기회를 받게 된 것이다. 어느 학교에서 어떤 전공을 공부할지, 그리고 어느 지역에 거주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내 판단에 달려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캘리포니아가 도시인지 주인지, 그리고 미국의 동쪽에 위치하고 잇는지 아니면 서쪽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미국 이주를 계획한다는 것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난 이 책을 집어들었다. "한 나라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나의 은사이신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께서 첫 수업시간에 해 주신 말씀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5년이 넘게 시간이 지났지만, 선생님의 교훈은 나에게 아직도 큰 의미가 있었던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김봉중 교수님은 자신의 미국 생활에서 느낀 점을 각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토대로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지면이 한계가 있는 관계로, 30개 도시에 한정하였으나 우리가 미국 전역의 주요 생활권의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에는 충분화다. 특히나 내가 거주하고 싶은 후보지인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 그리고 플로리다의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미국의 역사의 시초가 된 북동부에서 시작한다. 역사와 문화를 가득 담은 가장 미국적인 도시인 보스턴과, 독립전쟁의 반항과 자유, 그리고 관용과 예술의 도시인 프로비던스에서는 미국 독립을 이끈 선조들의 투쟁과 쟁취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마국 아메리칸드림의 찬란한 빛이자 세계속의 도시인 뉴욕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설립되었고, 또 그 이면의 빈부격차 등 어두운 부분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울러 윌리엄스버그, 애틀란타, 마이매미 등 미국의 남동부는 앞서 언급한 북동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식민지 시대 버지니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당시 북부와 대비되는 남부의 정치, 경제, 문화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울러 시카고, 밀워키, 세인트루이스 등 미국의 본격적인 서부 개척시대를 이끌었던 도시들이 발전했던 모습과 쇠퇴하였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엇고, 휴스턴, 뉴올리언스, 피닉스 등 척박한 땅에서도 미국인 특유의 개척정신을 토대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주요 도시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의 지도를 구글 맵을 통해서 보면 중부 및 서부지역은 드넓은 사막과 높은 산맥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람이 살기 어려울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러한 대도시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놀랍다.
또한 태평양과 인접하고 있는 미국의 극서부 또한 살펴보았다. 캐나다와 거의 인접하여 큰 성공 스토리를 기록하였던 시애틀과, 남부의 골드러시의 상징이 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기후와 소득수준 등 미국에서 최고의 주거환경을 자랑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도시들, 로스엔젤레스와 샌디에이고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황무지에서 세계 최고의 환락과 관광의 도시로 환골탈태한 라스베이거스의 이야기도 알아볼 수 있었다.
미국의 모든 도시에서 내가 공통적으로 받은 인상은 사람들이 무언가 정해진 틀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환경과 최적화된 생활 방식을 찾아 나간다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에서 전통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되고 사람들의 사고와 생각 또한 유연하게 바뀌어 나가는 듯 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미국의 한 주의 면적과 같거나 작은 수준이다. 그동안 내가 너무 좁은 공간에서 편협한 사고만 하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이해하고 경험한 미국의 도시와 시민들의 모습을 잘 기억하고, 나도 앞으로 1년간 그들과 함께 어울려서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