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의 서문은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되었다!’로 시작한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에 의해 형성돼왔다. 전쟁, 권력, 정치는 물론이고 오늘날 거의 모든 지역에 사는 인간이 거둔 사회적 발전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이뤄졌다. 물론 현대의 기술이 정신적, 물리적 거리를 어느 정도는 줄여줄 수 있다. 그러나 지구라는 행성의 70억 인구에게 주어진 선택들은 늘 우리를 제약하는 강과 산, 사막과 호수, 그리고 바다에 의해 어느 정도는 결정된다는 것이다.
넒게 말하면, 지정학(geopolitics)은 지리적 요인들을 통해 국제적 현안을 이해하는 방식을 말하며 산맥 같은 천연의 장애물이나 하천망의 연결 같은 물리적 지형뿐 아니라 기후, 인구통계, 문화지역, 그리고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까지 포함한다.
저자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발칸반도 전쟁을 취재하던 1990년대로,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등을 포함하여 여러 민족이 다양하게 공존하던 지역에서 어떻게 각각의 민족 지도자들이 용의주도하게 각 집단에 잠재되어 있는 해묵은 의심을 끄집어내서 분열을 부추기는지를 목격하면서부터다. 발칸지역에 관한 보도를 이해하는데 있어 물리적 지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으며, 이어서 2001년 9.11사태 몇 주 뒤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저자는 현대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의 군대들조차 맥없이 기후에 휘둘리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니발도, 손자도,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인정했던, 이른바 <지리의 법칙>은 현대에도 어김없이 적용됨을 깨닫게 되었다.
책의 개관에서 본서의 전체적인 내용을 꿰뚫어볼 수 있는 핵심이 서술되어 있으므로 개관을 간략히 살펴본다.
1. 중국의 경우, 국제적인 해군력 없이는 패권국이 되기 어려운 현실로 중국은 이제는 막강한 대양 해군력을 구축해 해양 강국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남중국해를 비롯 여러 해협에서 치루고 있는 영유권 분쟁은 <해상수송로>에 대한 그들의 집착을 보여준다.2. 러시아는 북극의 영향부터 시작해서 왜 러시아가 진정한 강대국이 되기 어려운지 그 지리적 제약 조건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3. 미국은 어떻게 그 나라가 오늘날 두 대양을 아우르는 초강대국 지위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지리적 측면에서 조명해본다. 미국은 특히 다른 어느 곳보다 기후와 <지리의 축복>을 많이 받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4. 아프리카의 경우는 지리가 최대의 장애물이며, 따라서 고립의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며,
5. 유럽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해서 근대문화를 생성하게 한 평야지대와 일정한 크기의 선박들이 항행할 수 있는 가항하천들의 가치가 특이 돋보이는 곳이다.
6. 아프리카와 유럽간의 발전의 차이는 <배를 띄울 수 있는 강>들의 유무에서 시작되었다.
아프리카에는 큰 강들이 많지만 주로 고지대에서 낙하하면서 거대한 폭포를 이루고 서로 연결되지도 않아서 교역로로 이용하는데는 무용지물이다.
유럽의 경우는 라인강, 다뉴브강 등이 평지에서 서로 연결되면서 천연 국경 역할을 했고 지역 교역시스템의 발전을 촉진시켜다. 하지만 남유럽은 지리적 위치대문에 서유럽이 누리는 지리적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유럽 재정위기 이후 북쪽 유럽과 남쪽 유럽 사이에 이념적 분열과 함께 <지리적 분열> 또한 가시화되고 있다.
7. 중동지역은 지형학적 특성을 무시하고 유럽 식민주의자들이 인위적으로 그은 국경선들과 그와 같은 조건에서 지리적 문화들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8. 아프리카와 인도 및 파키스탄도 중동지역과 마찬가지로 식민주의 권력이 그 지역의 현실과 동떨어진 인위적인 국경선을 만듦에따라 이 선을 고치려는 시도가 오늘날 중동지역의 유혈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9. 일본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섬나라이며, 분단된 한국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를 안고 있으며 그 위치와 지리적 천연 장벽이 없다는 이유로 강대국들의 <경유지 역할>을 해왔다. 일본은 중국 때문에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맺고 있으며 최근에는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 북극은 20세기에 이 지역이 자원의 보고임이 밝혀졌고 21세기에 들어서 누가 그 자원을 소유하고 팔지를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 되었다.
저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의 터키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기자를 지낸 바 있고 25년이상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오면서 중동지역을 비롯해 전 세계 30여개국의 분쟁 지역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는 등 취재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 지역의 <지리의 힘> 관련 역학관계를 서술하였다.
본서는 위의 개관에서 보는 각 장마다 관련지도를 두어 지형과 지리가 그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독자들이 세계사에 대한 지리적 측면에서의 식견을 넓히는데 나침반을 제공해주고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우리의 미래에 대하여 몇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21세기가 지나는 이 때까지 우리 역사를 결정 짓는데 참견했던 지리적 특성들은 여전히 우리의 미래에도 상당부분 개입할 것이지만 지리가 모든 사건의 방향을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1. 기후 변화와 같은 새로운 지리적 현실은 기회임과 동시에 도전이며 지구 온난화는 사람들의 대규모 이동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2. 물 전쟁 도한 잠재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3. 지구 바깥에서도 패권을 노리는 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