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크게 성공한 투자자 vs. 가장 크게 파산한 투자자
무엇이 이 둘의 운명을 갈랐는가
『돈의 심리학』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0년 넘게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글을 써온 칼럼니스트이자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파트너로 활동중인 모건 하우절의 첫 책이다. 총 20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텔링의 천재’ ‘소설가의 기술을 가진 금융 작가’라는 별명답게 모건 하우절이 들려주는 20개의 투자 스토리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하나하나 실화와 실증에 바탕을 두되 이야기의 재미와 투자의 교훈을 빠짐없이 담아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탱크 부대 이야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에 관한 빌 게이츠의 고백, LA에서 주차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페라리에 얽힌 에피소드, 워런 버핏의 놀라운 수익률의 비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하여 읽는 이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또한 그 끝에는 하나같이 감탄을 부르는 탁월한 통찰을 담고 있다. 부에 관한 문제는 결국 학력, 지능, 노력과 직접적 관련이 없으며 돈에 관한 인간의 편향, 심리, 다시 말해 ‘돈의 심리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수많은 부자를 만나면 만날수록, 돈 문제는 재무 관리가 아닌 역사와 심리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전한다. 또한 사람들이 빚더미에 앉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보통 금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나 불안정성, 낙관주의에 대한 역사를 연구해야 한다고 하고, 하락장 바닥에서 주식을 매도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기대수익률에 대한 수학적 공식 대신 인간의 고뇌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가장 성공한 투자자, 가장 크게 파산한 투자자 모두를 만나보고 깨달은 한 가지는 진정으로 부를 이해하고 부를 얻고 싶다면 인간의 심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몇가지 인상깊었던 내용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부자가 될 것인가, 부자로 남을 것인가
'릭 게린'은 40년 전 워런 버핏과 찰리멍거의 투자 단짝이었다. 셋은 공동으로 투자를 하고 사업을 맡길 매니저도 함께 구했다. 하지만 게린은 사라졌다. 경기 하락 때 대출금을 사용해 투자금을 늘렸기 때문이다. 결국 버크셔 주식을 주당 40달러도 안되는 가격에 팔아버렸다. 게린은 부자가 됐지만 부자로 남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났을 때 가장 중요한 재주는 바로 '부자로 남는 것'이다.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과 살아남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2. '돈이 있다'는 것의 의미
월급보다도 집의 크기보다도 명망 있는 직업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돈이 내재하는 가장 큰 가치는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준다'라는 점이다. 물론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을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돈의 진짜 가치는 여기에 있다.
3. 부의 정의
다음 중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래의 자유를 위해 자산을 확보한 부자(wealthy)인가, 아니면 현재의 소비에 충실한 부자(rich)인가. 소비 부자들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부 wealth'는 숨어있다. 부는 나중에 무언가를 사기 위해 아직 사용하지 않은 선택권이다. 부의 진정한 가치는 언젠가 더 큰 부가 되어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살 수 있는 선택권과 유연성을 제공하는 데 있다.
4. 안전마진
벤저민 그레이엄은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안전마진의 목적은 예측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장 안에 얼마나 깊은 지혜가 담겨있는 있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알려진 리스크만을 대비하는 금융 계획은 현실 세계를 살아남을 만큼 충분한 안전마진을 갖기 힘들다. 실제로 모든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위한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다.
5. 과거의 나 vs 미래의 나
장기적 의사결정을 준비하고 있다면 염두에 둘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금융 계획에서 양극단을 피해야 한다. 자신이 매우 낮은 소득에도 만족할 거라 가정하거나, 높은 소득을 위해 긴 노동의 당연함을 택하는 것은 언젠가 후회할 확률이 높다. 둘째, 마음이 변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간과하면 '미래의 나'를 '과거의 나'의 포로로 만든다. 이는 마치 낯선 사람이 나 대신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