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추천을 많이 받았던 책이었다. 읽어보려고 했지만 회사 도서관에서 항상 누군가가 먼저 대출해갔고 나보다 한발 더 빠르게 누군가가 예약까지 걸어 놓았던 책이었어서 읽어야지 벼르고만 있었다. 드디어 이번 기회에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왜 그렇게 사람들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했는지 느낄수 있었다. 결핍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만 때론 그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것이 창조되거나 새로운 사유가 생긴다. 그래서 싯다르타 같은 구도자들은 출가, 묵언수행 등을 통해 그러한 결핍의 상황을 만들고 수행에 들어간다. 이 책의 글쓴이는 육사에서 경제학 교관으로 재직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갑작스런 결핍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관계의 단절, 사회적 지위의 박탈 등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변화들을 마주하며 작가는 그 시간을 본인과 주변에 대한 사색, 독서와 같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낸다.(사실 독서는 작가의 습관인듯도 하다) 책에 실려있는 옥중에서 실제로 쓴 편지와 그림들이 작가가 처해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것 같아 작가가 마주했던 결핍과 상실의 시간들이 그대로 느껴지는듯 하여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장면은, 작가가 소풍을 계기로 초등학생들(당시 국민학생들)과 허물없이 친해져 교류를 했던 추억을 풀어놓았던 에피소드이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이 일이 얼마나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지(투옥된 것도 68년 일이고, 소풍과 관련된 일은 66년도 일이다.) 새삼 느끼게 되어 생경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고, 나이차이 많은 초등학생들과 당시 대학교수였던 작가가 한달에 한번씩 만나 같이 돈을 모아 책을 사서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쓰는 등 건설적인 교류를 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물질적으로는 부족했지만 2019년인 지금보다 정신적으로는 더 순수했던 시절인것 같아 그 시대를 겪어보지 않은 나도 그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